국내에서 엘러간사(社)의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 후 희귀암이 발생한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에 보건당국은 이식환자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 등을 업체가 마련해 제출하도록 지시한 상태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한이 정해지지 않아 치료비 지원 등 보상이 언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가늠이 어려운 상태다.
앞서 엘러간은 지난 7월 자사의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이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이하 BIA-ALCL)을 일으킬 수 있다는 미국 FDA의 지적에 따라 제품의 자진회수를 결정했다. BIA-ALCL은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 암의 한 종류로 유방암과는 별개 질환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는 2007년 허가 이후 약 11만개가 수입됐으며, 최근 3년간 약 2만 9000개가 유통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보고된 이 환자는 40대 여성으로, 약 7~8년 전 유방 보형물을 삽입하는 확대술을 받았다. 최근 한 쪽 가슴이 심하게 부어 이달 6일 성형외과를 방문했다가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이하 BIA-ALCL) 의심 소견으로 대학병원에 의뢰돼 이달 13일 진단받았고, 14일 이런 사실이 대한성형외과학회와 식약처에 보고됐다.
이에 식약처는 엘러간에 부작용 발생으로 인한 치료비 보상 등 대책을 수립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피해보상 범위가 다양하다. 치료비는 물론 정신적 피해 부분까지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또 장기추적조사 등이 필요할 수 있어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대책안을 마련하라고 업체에 요구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는 부작용 환자 발생 이틀 전인 14일에도 이같이 답변했다. 부작용 환자가 발생했지만 피해보상 가능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최도자 의원은 “FDA는 이 유방보형물로 인한 BIA-ALCL 발병확률이 다른 제조사 제품에 비해 6배가량 높다고 분석했고, 발병확률 자체는 낮지만 일단 발병될 경우에는 치사율이 높다고 했다”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로 인한 암 발병건수가 152건, 사망5명, 호주 82건, 사망 3명, 프랑스 59건, 사망 3명 등으로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식약처는 환자들에 대한 정보파악과 피해보상 방안 등을 수입판매사가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의료기기를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가,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지에 대해 환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그러나 식약처는 몇 명의 환자에게 몇 개의 보형물이 시술되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안전 확인이 시급한 만큼, 식약처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약처와 대한성형외과학회는 해당 제품 시술 후 갑작스러운 유방 모양의 변화나 덩어리, 피부 발진 등 의심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반드시 전문 의료 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미국, EU 등 선진국에서도 BIA-ALCL 발생위험이 낮고, 제거수술 관련 마취, 수술 후 혈종, 염증, 감염 등 위험성을 고려할 때 증상이 없는 환자가 예방적으로 보형물을 제거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고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