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하러 온 살인사건 피의자를 다른 경찰서로 보낸 경찰의 안일한 대응에 비판 여론이 거세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 질타를 받고 “담당자를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20일 국회 행안위에 출석한 민 청장에게 의원들은 강력 사건 피의자를 향한 허술한 대응에 대한 경위를 추궁했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믹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서 “심경 변화로 자수를 하러 가면 제일 처음 접하는 게 경비실(서울경찰청 정문 안내실)인데 담당자가 훈련이 전혀 안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두 번 만에 자수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다 묻혔을 것”이라며 “(경찰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경찰 내부 업무분장에 따라 이뤄진 일이었겠지만 국민은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 청장은 “관련 규정도 있고 어떤 상황이든 자수 받은 경찰관이 즉시 처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어긋난 행위에 대해 감찰 조사해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국에 이러한 행태들이 개인별로 없다고 볼 수 없어서 전체 교육을 시키면서 행여 그런 사례가 있는지도 파악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강 몸통 살인’ 사건 피의자 A씨(39)는 자수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17일 새벽 1시경 서울경찰청 정문 안내실에 방문했다. 당시 서울경찰청 안내실에는 의무경찰 2명과 일반 부서 당직자(경사급) 1명이 근무 중이었다. 당직 경찰은 A씨에게 구체적 자수 경위를 물었으나 A씨가 “강력 형사에게 이야기 하겠다”며 답변을 하지 않자 인근 종로 경찰서로 안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안내실에 머무른 시간은 고작 1분 남짓이었다.
A씨는 안내실에서 나온 뒤 택시를 타고 새벽 1시4분 종로서 정문에 도착했다. A씨는 종로서 형사과를 찾아 자수했고 종로서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일산 동부경찰서로 A씨를 이송했다.
이를 두고 살인사건 피의자를 놓칠 뻔 했다며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었다. 피의자가 자수하려던 마음을 바꿔먹었다면 사건이 미궁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측도 “자수하러 온 사람을 원스톱으로 처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그 부분은 감찰 조사를 해서 엄중 조치하겠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또 서울지방경찰청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당직근무 체계와 근무시스템 전반을 검토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앞서 지난 8일 자신에게 반말 하며 기분 나쁘게 했다는 이유로 모텔에 찾아온 손님 B씨(32)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지난 12일 수차례에 걸쳐 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A씨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의를 열고 신상공개 여부를 논의 중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