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사무실에 '카페테리아'

교육청 사무실에 '카페테리아'

기사승인 2019-08-26 07:00:00
공간 배치가 달라졌다. 달라진 풍경은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사유할 수 있고 협업하기가 수월해졌다. 말 걸기가 쉬워졌으니 소통은 식은 죽 먹기다. 담당과장은 권위를 내려 놓았다.

전라북도교육청 교육국 민주시민교육과(과장 김영주)는 이렇게 변신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떡 하니 지붕까지 얹은 카페테리아가 자리 잡았다. 전통적인 장학관 자리는 사라졌다. '권력 공간'인 과장실은 카페에 물려 주고 저만치 물러났다.
민주시민교육과는 교육부가 교육의 주된 이념인 민주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었고 시도교육청에 같은 이름의 과가 탄생했지만, 전북교육청 처럼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 민주시민교육과는 어느 교육청에도 없다.

지난 23일 이 과 세 명의 장학사와 자리를 했다. 정진아·임영근·채지은 장학사. 카페는 아직 이름조차 갖지 못했어도 과원들의 기대만큼은 벌써 유명 카페테리아다. 편의상 '시민 카페'라 불리는 이 곳은 큰 돈 들이지 않았어도 우드 장식과 함께 그럴싸한 탁자가 있는 공간이다.

정진아 장학사는 "공간은, 하드웨어는 됐다"면서 "소통하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고 기대했다. 임영근 장학사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며 "과거의 자리에서는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면 앞으로는 노트북 하나 들고 이 카페에 앉아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채지은 장학사는 "서랍과 노트북만 갖고 어디든 앉아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꿈 꿔 왔다"면서 "속닥거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 만으로도 좋다"고 환영했다.

과 특성상 분노한 민원인이 많다고 한다. 언젠가는(이달 중순 토요일) 이 사무실에 한 민원인이 흉기를 들고 들이닥쳤다고 한다. 극단적 행동을 하는 민원인에까지 내어 줄 자리가 있을 지 몰라도 장학사들은 적어도 누구와도 이 따뜻한 환경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분노한 민원인은 시민카페에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과는 민주시민교육, 인성교육, 평화통일교육, 다문화교육, 북한이탈학생 지원,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교원노조 업무, 학생인권 교육, 성 인권까지 우리 사회가 아직 성숙하게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는 이념과 갈등문제를 다룬다. 최근에는 잼버리TF도 꾸려졌다.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사회갈등이 심한 국가다.(한국경제연구원, 2016)

형식적 권위는 사라졌다. 지휘 계통상 전통적으로 배치하는 'T'자형을 '1'자형으로 바꿨다. 장학관 앞으로 좌우에 장학사와 주무관을 배치했던 구조를, 장학관·장학사·주무관 등이 모두 한 줄로 앉도록 했다. 임 장학사는 "그동안에는 장학관을 위한 자리배치였다면 이제는 모두를 위한 배치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평적 자리로 소통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한다. 간단한 소통은 의자만 돌려 앉으면 된단다.

공간이 훨씬 넓어 졌다. 과장실은 지금의 카페로 변신했고 대신 과장은 반대쪽에 작게 자리 잡아 내려 앉았다. 장학관의 자리 재배치도 공간활용을 용이하게 했다.

이같은 구조적 혁신은 김승환 교육감의 "민주시민교육과 답게 수평적인 공간을 만들어 보라"는 주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젊은 장학사와 주무관들이 나서서 지금의 '혁신 아이템'을 만들어 냈다.

'터줏대감'인 최순삼 민주시민교육 장학관은 "민주시민교육이란 학생들이 미래의 주권자로서 권리를 찾고 비판적 안목으로 세상을 보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수평적 공간은 교육의 본질에 다가서는 첫 걸음임을 강조했다.

민주시민교육과 풍경은 이미 부교육감과 국과장들이 다녀갈 만큼 2~3일 새에 혁신모델로 자리 잡았다. 기대를 묻자 임영근 장학사는 "커피머신이 있는 시민카페다"고 말했다.

전주=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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