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stop’ 촛불 든 서울대·고려대…이대와 무엇이 달랐나

‘조국 stop’ 촛불 든 서울대·고려대…이대와 무엇이 달랐나

기사승인 2019-08-27 06:05:00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23일 오후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특혜의혹과 관련해 캠퍼스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에 지난 2016년 ‘비선실세’ 최순실 딸 정유라 입시비리를 규탄했던 이화여자대학교 촛불집회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서 잇따라 열리는 집회는 외부세력이나 정치색을 배제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려대와 서울대 촛불집회 주최 측은 모두 집회 전부터 “정당이나 특정 정치 성향에 치우친 성격의 집회가 아니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려대 촛불집회를 주최하겠다고 나선 13학번 A씨는 정당 경력이 있고 보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자격이 적절치 못하다는 논란이 일자 주최자가 변경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지난 23일 열린 집회 현장에는 ‘태극기를 든 참가자는 퇴장을 요청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외부 세력 개입 논란은 앞서 지난 2016년 이대 본관점거 농성 때도 불거졌다. 당시 집회 주최 학생들은 학생증을 검사하는 등 외부 개입을 원천 차단했다. 또 학생들의 개별 언론 인터뷰를 삼가하기도 했다. 

다만 최씨의 입김으로 총장, 입학처장, 교수 등이 전방위적으로 동원된 정유라 입시 비리와는 달리 조씨의 경우 아버지의 직접적 개입 정황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정씨는 지난 2015학년도 이대 체육특기자 전형 원서접수 마감 이후 획득한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 실적이 반영돼 승마 특기생으로 합격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최씨와 수십 차례 통화한 뒤 “조건 없이 정씨를 선발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에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은 정씨 면접 당일 면접위원을 불러 “총장이 무조건 뽑으라고 한다”며 선발을 종용했다. 입학 이후 학사 관리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류철균 전 이대 교수는 최씨와 공모해 지난 2016년 6월 1학기 과목에서 정씨에게 부정하게 학점을 줘 교무처장 등 학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됐다.

조씨 논문 등재 과정이나 장학생 선정 과정에 조 후보자가 개입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서 조씨에게 6차례에 걸쳐 개인 장학금을 지급한 노 모 교수가 처음 장학금을 주기 전 부산대 병원 행사에서 조 후보자와 만난 사실이 알려졌다. 부산대 의전원 측은 26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신상욱 부산대 의전원장은 “외부 장학금은 받는 사람이 지정이 되어서 학교로 전달되는 장학금이기 때문에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조씨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선발 지침을 직전에 바꿨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대 본관 농성과 촛불 시위가 평생교육단과대학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이라는 학교 측의 독단적 학사 운영에서 촉발됐다면 고려대와 서울대의 촛불 집회는 조 후보자 개인에 대한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대 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전면 백지화 이후에도 불통을 이유로 최 전 총장의 사퇴를 주장하며 80일 넘게 농성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최씨 딸 정씨를 둘러싼 갖가지 특혜 입학, 학점 의혹이 줄줄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잠잠하던 교수들까지 학생들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번에 터져 나온 대학생들의 분노는 다른 사람도 아닌 조 후보자가 의혹 당사자라는 데서 커졌다. 조 후보자는 촛불혁명을 거치며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 외고가 상위계층의 대입을 위한 입시 고교로 변질된것을 비판했다. 지난 2012년에는 자신의 SNS에 “장학금은 가난한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도 적었다. 그러나 결국 말과 행동이 달랐다는 데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젊은 층들의 회의감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네티즌은 “앞에서 착한척 하고 뒤에서 구린 사람보다 차라리 대놓고 나쁜 놈이 낫다”는 댓글을 달았다.

지난 23일 오후 8시30분 서울대 학생회관 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주최 측은 “지금까지 드러난 수많은 의혹과 위선, ‘내로남불’을 일삼은 조 후보자의 모습에 우리 모두 실망했다”면서 “앞으로는 정의를 외치고 뒤에서는 온갖 편법과 위선을 일삼는 조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2일 상무위원회 모두 발언을 통해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은 법적 잣대 이전의 문제”라면서 “국민은 특권을 누린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특권은 어느 정도였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후보자가 오랜 시간 동안 도덕적 담론을 주도했기 때문에 짊어진 도덕적 책임도 그 무게도 그에 비례해서 커진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조 후보자는 칼날 위에 선 자세로 성찰하고 해명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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