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실시간 이슈 검색어’(실검) 대결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 이것 또한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으로 엇갈린다.
실검 전쟁은 일주일째 진행중이다. 2일 오후 1시 기준 포털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 1위는 ‘법대로조국임명’ 이다. 검색어 ‘보고싶다청문회’가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로 시작된 실검 전쟁은 한국 언론에 대한 비판을 거쳐 검찰과 야당에 대한 비난으로 옮겨붙었다. 이틀 뒤에는 ‘한국언론사망’이 1위로 등장했다. ‘정치검찰아웃’, ‘가짜뉴스아웃’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달 31일에는 ‘나경원자녀의혹’이 오전 5시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20위에 처음 등장한 이후 1시간 30여분 만에 1위로 올라갔다.
조직적인 ‘실검 띄우기’가 가능한 이유는 포털 순위 선정 방식이 검색 총량이 아닌 단시간 내 검색량 증가폭이 가장 큰 검색어를 순위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분마다 증가세가 가장 큰 검색어가 1위에 올라가고, 이보다 증가세가 큰 검색어가 나오는 순간 순위는 뒤집히는 구조다. 조 후보자 지지자들은 주로 특정 시간대를 정해 일제히 검색을 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짜서 움직인다. 이같은 급상승 검색어 허점을 노려 실검은 마케팅 수단으로 종종 활용된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과거에도 논란이 됐다. ‘드루킹’ 사태로 매크로를 이용, 특정검색어를 인위적으로 순위권에 올리는 조작 논란이 일었다. 이에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모바일 첫 화면에서 빼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여론 왜곡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 후보자 지지 여론이 대다수라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론조사로 드러난 결과는 조금 다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30일 전국 성인 504명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54.3%가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했다. 조 후보자 임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2.3%였다.
반면 실검은 이제 집단 의사의 한 표현이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 29일 인터넷 매체 게시판에 올라와 급속도로 퍼진 ‘한국언론사망 성명서’를 만든 네티즌은 실검 띄우기에 대해 “사법 개혁, 검찰 개혁을 갈망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온라인 시민 운동”이라며 “온라인 시민운동을 폄하하지 말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포털도 사실상 손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털은 검색어 노출 제외 기준에 ‘검색어가 상업적 혹은 의도적으로 악용되는 경우’를 두고 있으나 조국 사태로 촉발된 실검 전쟁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또 매크로 사용 등 불법적 요소가 개입되지 않는 한 이를 막을 뾰족한 수는 없는 상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인터넷 여론조작이라는 지적에 대해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특정 진영에서 댓글이나 실시간 검색어 등을 통해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도록 독려했다면 이를 법률상 ‘업무 방해’등으로 강제해 막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드루킹처럼 매크로 등 기계적 방법으로 댓글 등을 조작하는 행위가 있다면 이는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후보는 “네이버는 민간 회사로 자체 알고리즘에 대한 부분을 방통위가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여론 조작 등) 우려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스템적인 대응방안이 있을 수 있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