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사업 추진 불가 공식화

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사업 추진 불가 공식화

기사승인 2019-09-09 11:02:02

국립중앙의료원이 서울 원지동으로의 이전사업 중단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진행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국립중앙의료원(원장 정기현)은 서초구 원지동 신축이전 사업 추진 일명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사업’이 16년째 답보상태에 있다며,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고 사실상 전면 중단을 공식화했다. 

원지동 이전을 전제로 실무작업을 진행해 오던 전담 조직(신축이전팀)을 지난 6일자로 해체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국가중앙병원 설립’이라는 취지에 맞는 새로운 추진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현 위치에서 자체 경영혁신 계획을 수립하고 비전을 구체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강남과 분당에 인접한 의료공급 과잉지역에 경부고속도로와 화장장으로 둘러싸인 원지동 부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공공보건의료 중추기관의 부지로 접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어왔다”며 “더구나 최근 소음환경기준 초과 문제가 제기되고 그런 부적절한 부지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현 추진방안에 동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업의 주체인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가 지속되고 있어 당사자로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전담조직 해체와 사업추진 중단의 이유를 설명했다.

2003년 처음 시작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은 1958년 설립된 국립중앙의료원을 국가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실질적 총괄기관, ‘국가중앙병원’으로 확대·개편하는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병원측은 민영화와 재개발의 논리에 밀려 ‘국가중앙병원 설립’이라는 원취지는 퇴색되고, 서초구 원지동 화장장(현 서울추모공원) 추진에 따른 인근주민 설득방안으로 이용되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으며, 지금까지 무려 16년째 지지부진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또 2015년 메르스 감염병 사태 등으로 국가 필수의료를 총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은 확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서초구 주민들의 중앙감염병병원 설치 반대와 도시계획 종상향 민원 등으로 신축이전은 더욱 불투명해졌고, 새병원 이전을 전제로 법이 정한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과 의무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2월 실시설계에 들어가기 전 절차인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환경기준 초과문제가 새롭게 제기 되었고, 과학적인 검증을 위해 실시한 3차원 소음검토 시뮬레이션에서는 고속도로 위 방음터널(600미터)을 설치하더라도 원지동 부지 전체를 2층 이상 병원건물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보고서까지 제출됐다고 밝혔다.

12차로 경부고속도로 위 방음터널의 설치와 운용의 안전성, 적절성 문제는 일단 뒤로하고 사업 주체인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경부고속도로 구조 개선을 포함해 총사업비의 절반에 가까운 추가 비용이 예상되는 1㎞ 터널 확장안까지 검토하고는 있으나 결함을 보완할 마땅한 대안은 찾지 못하고 수개월째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3차원 시뮬레이션에 조건으로 활용된 600m 방음터널을 1000m 가까이로 확장하는 안으로 이 안이 현실화 되려면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양재 IC 진출로와 연결도로 이전을 포함해 대규모 공사가 필요한데 재정적으로도 신축이전 사업비 총 4415억원의 절반 가까운 2000억(추정)의 예산을 추가로 조성해야 한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은 현 이전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무의미한 논의를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당사자로서 국립중앙의료원부터 사업중단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반복·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자율·책임 경영을 위한 조치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담조직 ‘신축이전팀’ 해체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이러한 입장을 공식화하는 첫 단계로 인적, 물적 행정력 낭비를 막는 대신 연초에 설치된 ‘미래기획단’에 역량을 집중해 국립중앙의료원의 자체 비전 수립과 공공보건의료 총괄·중추기관으로서 역할 재정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은 “그동안 국가중앙병원 건립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가능한 현실적인 안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에 봉착했다”며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재개발 만능주의에 휩쓸려 사업을 축소 설계한 잘못이 크지만 더 이상 과거를 탓하고 오늘의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보건복지부부터 새로 발견된 객관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신속하게 정책의 취지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립의료원의 ‘국가중앙병원’으로 확대개편 계획 수립에 따라 진행됐다. 이후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이전 부지로 서초구 원지동 부각됐고, 화장장 건립 추진에 따른 서초구 인근 주민 설득 방안으로 제시했다. 2006년 유시민 복지부장관 시절 이전 대상 부지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재검토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서초구 원지동 이전을 재추진했다. 

2010년 4월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특수법인화, 현 을지로 본원 소유권은 복지부 잔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됐고, 2017년 2월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에 따른 중앙감염병병원 설치가 결정됐다. 하지만 방음벽은 물론이고 방음터널 설치 시에도 주야간 모두 소음환경기준을 초과했고, 2019년 5월 도로공사가 12차선 경부고속도로 위 방음터널 설치 불가 의견을 내며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 중 소음환경기준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의 서초구 원지동 이전과 관련하여 서초구의 감염병병원 반대, 소음기준 충족 곤란 등으로 인해 이전사업이 지연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원지동으로의 이전이 전면 중단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원지동 이전 전면 중단 발표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발표됐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의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기능수행,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등 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며, 앞으로도 서울시와 협의를 계속해 최적의 해결방안을 찾아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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