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으로 행장이 공석인 수출입은행과의 합병 구상을 10일 제안했다.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위해 산은과 수은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이날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된 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며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산은과 수은이 합병함으로써 훨씬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고, 될성부른 기업에 집중적인 지원도 가능하지 않겠나”며 “정책금융도 구조조정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산은과 수은에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두 기관을 합치면 백오피스 인력이 줄고, 예산이 늘어 IT 설비를 강화할 수 있다”면서 “남는 인력을 영업 현장에 보내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회장은 이번 합병 제안에 대해 “산은과 수은의 합병은 정부와 전혀 협의된 게 아닌 사견”이라며 “(산은) 내부에서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발언 이후 산은도 급하게 참고자료를 배포하며 “(이 회장의 발언은) 산업은행 내부 검토 및 정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개인 차원의 소견이다”라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 회장의 제안과 같이 산은과 수은이 합병할 경우 산은이 수은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산은과 수은의 인력규모는 각각 3800명과 1200명 수준으로 산은이 수은의 3배 가량이다. 자기자본 역시 산은(35조원)이 수은(15조5000억원)의 2배 수준이며, 특히 산은은 수은의 지분 23.87%를 보유한 대주주 위치에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