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4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기업들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기를 주저하고 있어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최종구 전 위원장이 전사적으로 추진했던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가 좌초될 위기 조짐이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최근 한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수행할 수 없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진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금융위와 만나면 진심어린 조언과 도움을 받는다는 걸 느끼는데 실제로 감독당국을 만나면 진행되는 게 없다”라며 “금융당국이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불가능한 안)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해진 요건을 지키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 정해지지 않는 규정과 조건을 제시해 대응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업 진출을 위해 이미 수백억원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포기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적극)고려하고 있다”며 “증권업이 안 되면 인터넷은행도 할 필요가 없다”고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돌발 발언도 이어나갔다. 이 대표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를 언급하며 묘하게 갈등의 부채질을 했다.
이후 후폭풍에 부랴부랴 바로 다음날 “감독당국 역할과 권한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적이 아니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와관련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감원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필요하면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올해 초에 시행됨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기업은 은행 지분율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규제가 심한 은행업에 진출할 만큼의 매력으로 다가오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에선 후보 기업을 대상으로 종합 컨설팅 제공 계획을 밝히며 체계적으로 점검·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이다.
더 이상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사업 참여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소한 한두개는 인가를 내줄 것”이라며 “우리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를 통과시켜놓고, 좀 더 적극적으로(지난 예비인가보단) 검토하는게 우리 당의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신청접수 과정에서 이번 인가전에 유통사, 전자상거래 업체 등 다양한 업종의 중견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