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온 편지] “다발골수종 환자인 제 희망은 평범한 일상생활입니다”

[병실에서 온 편지] “다발골수종 환자인 제 희망은 평범한 일상생활입니다”

기사승인 2019-09-28 03:00:00

저는 76세 다발골수종 환자입니다. 2015년도 9월경에 진단 받았으니까 올해로 벌써 4년째네요. 어느 날 계속 아팠던 허리 때문에 검진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검사 결과를 받아보니 허리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고, 그 날부터 제 생활은 달라졌습니다.

제가 진단 받은 병은 다발골수종이라는 병이었습니다. 다발골수종은 희귀 난치성 혈액암입니다. 우리나라에 약 7000명의 환자가 있고, 보통 저 같이 나이가 많은 사람이 걸린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진단 받았을 때는 십여 년 직장생활을 하고 그만 둔지 3~4년이 지난 뒤였고, 이제 마음 편히 노후생활을 즐기려던 참이었습니다. 억울하기도 하고 인정하기 싫어 계속 거부했었는데 세월이 지나니 이 병을 차츰 인정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진단받고 치료는 처음부터 열심히 받았습니다. 지금은 치료제를 4번째 바꿔 키프롤리스 주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매주 이틀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와야 하는데 이 치료제로 치료 받고 나서 수치가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지방에 사는 제가 일주일에 이틀 서울에 가서 주사 치료를 받는 것은 부담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거리가 멀어 주사 치료를 거부할까도 생각했습니다. 병원에 항상 같이 와야 하는 가족에게 미안해서였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병만 생각하지 싶어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같이 생활하며 매일매일 내 몸 상태를 많이 신경 써주는 남편과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제 자신입니다. 치료를 열심히 받고 나아져야 저도 행복하고, 가족들에게도 더 많이 기대지 않을 수 있어요. 저도 어떨 때는 먹는 치료제로 편하게 치료 받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힘들어도 주치의 선생님을 믿고 자신에게 더 효과가 있는 치료제로 열심히 치료하는 것이 이 병을 극복해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발골수종 치료를 받으면서 저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리 하지 않고 하고 내가 싶은 대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 다발골수종 환우들에게는 남들보다 하루하루가 더 소중합니다. 저는 키프롤리스 주사 치료를 받고 몸이 가볍고 생기가 있는 날은 동네 마실도 다니고, 마을회관에 가서 4~5시간씩 동네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밭에 가서 고추도 따고, 식사 준비 등 집안일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합니다. 

대신 졸리면 자고, 피곤하고 힘들 때는 쉽니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병원에 다니는 것 말고는 남들과 똑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몸이 정말 가벼운 날에는 제가 다발골수종 환자인 것을 잊기도 합니다. 

저와 비슷한 나이의 다발골수종 환우분들이 많은데, 나이도 많고 자식들 눈치도 보느라 치료를 열심히 받지 않으려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치료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포기하기엔 우리 인생은 이제 시작입니다. 자식들 다 키우고 걱정 없이 즐길 일만 남았습니다. 남들처럼 놀러 다니고 1년 열두 달,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을 보내려면 열심히 치료 받아야 합니다. 

저는 더 나아지면 4남매 집을 모두 방문해보는 것이 꿈입니다. 바닷길이 열러 육지와 섬이 이어지는 길이 생긴다는 진도도 가보고 싶습니다. 예전부터 차를 타고 어디든 여행 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희망을 가지면 보입니다. 다발골수종 환우분들 함께 나아지는 그날까지 힘냅시다. <글= 경기도 안성시 조명순>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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