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포기한 조국 동생, 구속영장 기각…전직 판사 “법원 스스로 오점”

영장심사 포기한 조국 동생, 구속영장 기각…전직 판사 “법원 스스로 오점”

기사승인 2019-10-10 15:54:25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52) 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씨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뒤 9일 오전 2시23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씨는 지난 2006년과 2017년 웅동학원을 상대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허위위장소송을 해 법인에 100억원 피해를 줬다는 혐의(배임)와 웅동학원 교사 채용 과정에서 2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가 있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혐의(배임)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미 이뤄진 점 ▷배임수재 부분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영장 기각 사유로 들었다. 명 부장판사는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 조사 등 수사 경과, 피의자 건강 상태, 범죄 전력 등을 참작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자신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 한 조씨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영장심사 포기는 스스로 혐의를 인정하고 구속을 각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2017년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은 피의자 32명 중 영장이 기각된 사례는 없었다. 또 기간을 넓혀 지난 5년간을 살펴봐도 불출석 피의자 38명 중 영장이 기각된 사례는 조씨를 포함해 단 2건이었다.

조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법원 스스로 오점을 찍었다”고 질타했다. 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인들에게 서신을 보내 “교사들의 채용과 관련해 2억원을 전달한 종범 2명에 대해서는 영장이 발부됐는데도 최종적으로 그 돈을 받고 교사를 채용한 주범인 조국 동생에 대해 영장을 기각한 건 큰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 범죄 하나만으로도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아 구속을 해야지 그 범죄를 조국 동생이 인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영장기각을 할 일이 아니다”며 “더구나 조씨는 종범에게 증거를 인멸하고 외국으로 도망하라고 교사했다. 나아가 거액의 배임 혐의도 있다. 그런데 배임죄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기각을 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조씨 혐의가 중대할 뿐 아니라 종범(從犯) 2명이 이미 구속된 점, 영장심사를 포기하기까지 했는데 기각한 점을 들어 납득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부를 장악했다며 날을 세웠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조씨 구속영장 기각은 비정상 극치”라며 “문 대통령 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영장 남발이라는 등 법원을 겁박하자 기각된 일이 단순 우연인가. 문 대통령이 사법 정의까지 짓밟는다면 헌정사에 다시 불행한 사태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씨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의 배경에 이념 편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말 그대로 청와대 맞춤형 기각 결정”이라고 몰아세웠다. 같은당 ‘文정권 사법장악 저지’ 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영장 기적’”이라면서 대법원장과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대한 항의방문 계획을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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