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맞은 이승환 “돈·권력 아닌 사람의 편에서 음악해야”

데뷔 30주년 맞은 이승환 “돈·권력 아닌 사람의 편에서 음악해야”

데뷔 30주년 맞은 이승환 “돈·권력 아닌 사람의 편에서 음악해야”

기사승인 2019-10-14 18:35:38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지난날을 “아무도 하지 않은 여러 일들을 했던 30년”이라고 돌아봤다. 1989년 데뷔해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천일동안’,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그대가 그대를’ 등 많은 히트곡을 냈지만, 외골수처럼 자신만의 길을 고집해서다. 그는 음반 제작에 수억 원을 쏟아붓고 콘서트에도 물량 공세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회적 이슈에 소신 발언을 멈추지 않아 시비가 붙는 일도 잦았다.

14일 서울 와우산로 구름아래소극장에서 만난 이승환은 “업계에선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하게 돈을 가져가는 등의 일이 많았다”며 “나는 언제나 정직하게 음악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후배 가수들에게 ‘따끔한 한마디’를 부탁하자 ,“동종업계를 ‘디스’하는 것 같아 어렵다”고 망설이면서도 “음악이 가진 힘은 굉장히 크다.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기가 바로 음악인데, 그것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음악인은 세상의 아픔과 함께하려는 마음을 내면 깊숙이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린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돈과 권력의 편에 서서는 안 되죠. 사람의 편에 서야 합니다.”

‘사람의 편에 선 음악’은 15일 정오 발표하는 정규 12집 ‘폴 투 플라이 후’(Fall to Fly 後)에서도 도드라진다. 이승환은 이 음반 마지막 트랙에 실은 ‘폴 투 플라이’에서 ‘꿈들이 실현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았다. 이승환 대신 초등학생 곽이안 어린이와 이화여대 합창단이 가창자로 나섰다. ‘폴 투 플라이 후’의 전작 개념인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 전(前)’에도 동명의 노래가 실렸지만, 당시엔 절망과 회의의 어조가 강했다.

타이틀곡은 이승환이 직접 만든 ‘나는 다 너야’. 1960~70년대 유행하던 모타운 사운드에서 영감을 얻은 복고풍 노래다. 이승환은 “처음으로 20·30·40대 각각 20명에게 (타이틀곡 선곡을 위한) 모니터링을 부탁했다”며 “‘나는 다 너야’는 3,40대가 만장일치로 좋아한 곡”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여러 명의 드럼·건반 연주자에게 연주를 부탁한 뒤 가장 좋은 버전을 골라 음반에 실었다고 한다. 1970년대의 음악 질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서다.

불의를 향한 날 선 풍자도 여전히 생생하다. 주진우 기자와 함께 가사를 쓴 ‘돈의 맛’이 대표적인 보기다. 이승환은 이 곡에서 ‘돈을 위해 국가와 국민을 이용했던 실존 인물’을 록 오페라의 형식을 빌려 비판한다. 훵키한 사운드가 특징인 ‘두 더 라잇 씽’(Do the right thing) 역시 실존인물에게 ‘올바른 일을 해라’고 지적하는 노래다.

“제가 쓰는 곡들엔 제 생각이나 성향을 녹여내고 있어요.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성향을 드러냄으로써 국민의 절반을 버렸다’고도 해요. 하지만 청자께서 자신의 경험을 (노래에) 이입한다면 더 크게 동화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 성향에 동의하지 못하시는 분들을 설득할 자신은 없고요. ‘나라는 사람을 인정하는 분들만 내 음악을 좋아하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주제넘게 또 두렵게 하곤 합니다.”

이승환은 오는 11월30일과 12월1일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무적전설’이라는 타이틀로 단독 공연을 연다. 공연 제작진들에겐 ‘콘서트 장비 등 물량에 티켓 매출을 모두 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내년에는 국내 30개 도시, 해외 10개국 투어도 계획 중이다. 긴 공연시간으로 유명한 브랜드 콘서트 ‘빠데이’도 내년엔 100곡 이상의 세트리스트, 10시간여의 러닝타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늙지 않는 외모와 지치지 않는 체력 덕택에 ‘어린왕자’라고도 불리는 그는 “그 별명이 내 음악의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도 했다. 나를 ‘아름다운 발라드를 부르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록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라 부담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젊은 감각은 음악인의 미덕이라고 본다. 젊은 감각을 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음악인의 수명을 늘리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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