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량 늘리는 전자담배…궐련 흡연자에게 전자담배는 보조품

흡연량 늘리는 전자담배…궐련 흡연자에게 전자담배는 보조품

신종담배로 니코틴 의존도 높아지면 ‘금연’ 더욱 힘들어져…전문가 상담이 더 효과

기사승인 2019-10-19 00:13:00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의 대체제로 사용되기보다 중복 흡연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기존 담배만큼 전자담배 흡연자들에 대한 금연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희 국회의원이 지적한 내용이다. 

2017년 5월 궐련형 전자담배가 냄새가 안 나고, 금연에 도움 될 수 있다며 많은 흡연자를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유해성 논란이 2년 넘게 이어오며 많은 흡연자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탔지만, 반대로 궐련형도 같이 피우며 오히려 흡연량이 늘었다고 호소하는 흡연자도 많다. 

처음에는 정말로 덜 유해하다거나, 금연의 대안으로 생각했을 수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일반 연초를 같이 피고 있으며 금연 의지는 전보다 더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흡연인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담배 사용의 주된 이유가 금연에 도움이 되거나 담배보다 덜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각각 47%와 50%에 달했다. 하지만 가열담배를 피우는 사람 10명 중 8명이 일반담배나 액상형 전자담배 등을 이중, 삼중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조홍준 교수 연구팀(울산대 의대)의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실태 및 금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에 따르면 가열담배와 일반담배를 함께 피우는 흡연자는 약 81%에 달했으며, 가열담배가 출시된 지 1년 만에 진행했던 결과에서도 이중 흡연율이 3.2%에서 4.4%, 삼중 흡연율이 2.4%에서 3.1%로 증가2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열담배와 일반담배를 함께 피우는 이들의 하루 평균 흡연량은 1갑(17.1개비)에 가까워 한 종류의 담배만 흡연하는 사람에 비해 1.4배~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중복 사용자는 담배 사용량이 많은 만큼 니코틴 의존성이 높아 담배를 끊을 확률이 낮다고 분석했다.

김승희 의원실이 제출받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1년 2개월 간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1만6057명 중 절반에 가까운 7729명(48.1%)이 다른 유형의 담배와 중복해서 흡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일반 궐련형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중복해서 흡연하는 사람은 6,754명(87.4%)이었고, 니코틴이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 훕연자 559명(7.2%),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궐련형 전자담배와 함께 태우는 사람은 168명(2.2%)이었다.

여러 유형 담배를 사용하는 흡연자의 담배 사용량과 니코틴 의존성을 높여 오히려 잠재적 금연 시도자들의 금연의지를 저하시키고 있다. 최근 이를 입증하는 이중 흡연자의 금연계획 가능성이 일반 흡연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흡연자의 금연계획률은 9.5%로 일반담배만 피우는 흡연자의 금연계획률(19.1%)의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중복 흡연자 10명 중에서 금연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1명이 채 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중복 흡연 행태는 더 많은 양의 흡연으로 이어지는데, 중복 흡연자의 하루 평균 흡연량은 17.1개비로 일반담배 흡연자의 평균 흡연량인 8.7개비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러한 흡연량의 증가는 금연 의지를 저하시키는데 이는 니코틴 중독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흡연량이 10개비 이상인 흡연자의 약 37%가 금연을 계획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으며, 이는 10개비 미만 흡연자에 비해 5배가량 높은 비율이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은 다른 화학물질의 흡입 없이도 폐 기능 감소와 기도의 만성염증을 유발한다. 담배 연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온 니코틴은 폐포에 직접 작용해 폐포 벽의 신축성을 떨어뜨리고, 기관지를 수축시켜 기도 저항을 높여  호흡곤란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심장 및 혈관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구에서 니코틴이 심장 박동을 분당 10~20회 늘리고 혈압은 5~10㎜Hg 높이며,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 자체만으로 건강에 유해함이 확인됐다. 이렇게 알려진 것과 달리 전자담배의 니코틴 농도는 결코 낮지 않으며, 특히 액상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보다 고농도의 니코틴을 만들어 흡입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니코틴이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한 중증 폐질환 및 사망 사례가 확인됐으며, 이에 미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제 권고 조치에 더불어 뉴욕, 워싱턴, 메사추세츠 등 다수 주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이러한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폐 질환 발병 및 사망 간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금연을 위해서는 신종담배를 구입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자칫 더 큰 중독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상담과 금연 약물 처방으로 진행되는 병·의원 금연치료는 니코틴 중독에 따른 금단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구에 따르면 전문가 상담과 금연치료제 챔픽스 처방을 병행할 경우 12주 금연성공률은 33.5%로 혼자 금연을 시도할 경우보다 8배 이상 높다. 

이에 정부는 금연의지가 있는 흡연자들이 성공적으로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금연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국가 금연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12주 동안 6회의 전문의 상담 및 금연약물 처방을 전액 지원 받을 수 있으며, 1· 2회차에 발생한 본인부담금은 12주 프로그램 완수 시 전액 환급 받을 수 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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