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시사직격’ 제작진이 최근 한일 관계를 이슈로 다루는 과정에서 극우 성향의 일본 기자 발언을 정제없이 내보낸 데 대해 사과했다.
제작진은 28일 공식입장을 내 “본 방송과 관련해 주시는 많은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시청자의 매서운 지적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방송은 25일 전파를 탄 ‘한일관계, 인식과 이해 2부작 - 2편 한일 특파원의 대화’다. 일본의 산케이신문 기자와 아사히신문 기자, 한국의 조선일보 기자와 한겨레 신문 기자가 패널로 출연해 강제동원에 대한 대법원판결, 위안부합의 파기, 레이더조사사건, 더불어민주당 방사능지도, 문희상 일왕사죄발언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산케이 신문의 구보타 루리코 해설위원의 “한일문제는 문재인 씨 역사관 탓”이라는 발언이 그대로 방송에 등장해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시사직격이 극우 패널의 발언을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한일관계를 왜곡보도했다’며 제작진을 징계해 달라는 글도 올라왔다.
이와 관련해 시사직격’ 제작진은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 한국의 반일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는 산케이신문 기자의 주장에 대해 바로 한겨레신문 기자의 반격과 아사히신문 기자의 지적이 이어졌다. 아베총리의 수정주의 역사관, 조선일보 기자의 일왕의 전쟁 책임 등이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또 산케이신문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씨’라는 호칭을 붙인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는 “일본에선 격식을 갖춘 존칭어로 사용되는 표현”이라면서 “산케이신문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을 함부로 언급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제작진이 이런 발언을 자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산케이신문 기자를 패널로 초청한 이유로는 “현재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 개정을 목표로 우편향돼 있다. 산케이신문은 이런 아베 정권과 같은 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일관계에 대한 아베 정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는 산케이신문과 같은 보수우익 매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이 방송 기획 의도에 대해 “악화된 여론 배경에 반일, 혐한 주장을 쏟아내는 언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들의 솔직한 대화 속에서 해법의 단초를 얻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0분이라는 편성 시간으로 인해 1965년 청구권협정, 2018년 대법원 판결, 한일관계 갈등의 원인에 대한 공방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한겨레신문 기자와 아사히신문 기자의 반론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사과했다.
다만 “유투브를 비롯해 SNS상에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한 짧은 장면이나 캡쳐된 부분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발언을 가지고 비판에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이 많이 안타깝다. 전체 프로그램을 보시면 조금 이해가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제작진은 “현재 한일관계로 인해 악화된 국민 정서와 감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한일 간의 서로를 바라보는 인식 차이가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앞으로 한일관계에 대한 문제를 더 깊이 있게 성찰하고 책임감을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