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요? 이젠 잠잠한데요 뭘”
지난 29일 저녁께 방문한 이마트 용산역점. 주부 강수연(48)씨는 정육코너에서 목살 400g을 장바구니에 담으며 이같이 말했다. 기자가 강씨에게 ‘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소비를 줄인 적이 있느냐’ 묻자 “지난달엔 보통 4번 정도 먹던 것을 2번 정도로 줄였는데, 지금은 평소와 같이 먹고 있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씨 외에도 이날 용산역점에서 마주친 다수의 소비자들은 돼지열병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이튿날인 30일 오전께 찾은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상황도 비슷했다.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삼겹살, 목살 등 돼지고기를 구매해 갔다. “삼겹살, 오겹살 할인합니다”라는 매장 직원의 외침에 손님들은 하나둘 관심을 보이며 정육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매장 직원은 “이젠 (돼지열병) 영향이 크게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최근 돼지열병 확산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이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가 지난달 20일 찾았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였다. 돼지열병 국내 발병 사흘째였던 당시는 ‘돼지고기 섭취가 걱정된다’, ‘가격이 크게 뛰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날 서울역점에서 오겹살 1근(600g)을 구입한 한 중년 남성은 “먹어도 전혀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는데, 먹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양돈농가를 생각해서라도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이마트의 삼겹살과 목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 16.4%로 올랐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도 아직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삼겹살, 목살 매출이 각각 -1.3%, -0.8%를 기록하며 돼지열병 확산 당시 대비 감소폭이 줄고 있는 추세다. 이마트 관계자는 “돈육 전체 매출은 아직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지만, 삼겹살과 목심은 매출이 오르는 등 소비심리가 회복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떨어진 것도 돼지고기 소비 심리 회복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국내산 삼겹살과 목살 100g을 1580원에 팔았다. 이마트 용산점 역시 국내산 삼겹살과 목살 100g을 1780원에 내놨다. 평소 국내산 삼겹살, 목살 가격이 2000원대를 형성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진 가격이다. 냉장 멕시코산과 비교해도 크게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용산점 정육코너에서 만난 50대의 주부 조민선씨는 “돼지열병으로 시끄러웠을 때도 돼지고기 소비를 줄이지 않았다”면서 “수입 냉장을 주로 먹었는데, 국산 가격도 평소보다 많이 떨어져, 최근 삼겹살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상도동에서 거주 중이라는 김선화(41·가명)씨도 “아이들을 생각해 처음엔 돼지고기 구매를 꺼렸는데, 가격이 어느 정도 내려가다 보니 지금은 평소와 같이 구매 중”이라고 답했다.
이같이 소비심리가 일부 회복 조짐을 띠고 있지만, 전체로 확산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농업관측본부가 지난 17일 소비자 526명을 대상으로 돼지고기 소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돼지열병에도 '소비를 줄이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이 261명(49.6%)으로 가장 많았지만, 작년 10월보다 '소비를 줄였다'고 답한 사람도 239명(45.4%)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매가가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면서 “추가 발병 사례가 없으면, 소비도 다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