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납치 피해자인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간 면담을 거절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양측 면담을 추진한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국가안보실의 답신 서한을 이날 공개했다.
웜비어의 부모는 오는 22일 서울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리는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협의회는 이를 계기로 문 대통령이 웜비어의 부모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실은 협의회에 보낸 답신에서 “대통령과 면담을 희망하고 계신 마음은 저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국정운영 일정상 면담이 어려운 점이 있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면담을 요청한 혐의회 이미일 이사장에게 “뜻을 잘 받아들여 정책에 참고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협의회의 요청은 문 대통령이 국제결의대회 현장에 직접 와서 웜비어 부모를 비롯한 피해자 가족들을 면담해 달라는 것”이라며 “현장방문 일정을 급하게 추가하기 어려워 거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결의대회 현장에 방문해달라는 협의회의 요청은 일정상 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찾은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7개월간 억류됐다. 2017년 6월 미국에 송환됐지만, 입원 치료 엿새 만에 숨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