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라는 큰 관문을 지나면서 수험생들은 긴장의 끈을 놓기 쉽다. 하지만 목표 대학의 합격 통지를 받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아니기에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수능 후 대학별고사가 있는 수시 전형에 지원한 경우 더욱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 우수한 수능 성적을 받고도 수시에서 합격하면 정시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수능이 끝난 다음의 한 달여 동안이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 수능 직후 수시 대학별고사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수능이 끝난 직후인 16일과 17일부터 수시 대학별고사들이 몰려 있다. 가톨릭대 의예과,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울산대 의예과, 한국항공대 등은 논술고사를 갖고, 성신여대, 아주대, 인하대의 전 모집단위, 강릉원주대 치의예, 경북대 의, 치, 수의예, 순천향대 의예 면접이 시행된다. 이들 대학 전형에 지원한 경우 수능이 끝나자 마자 대학별고사 응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가채점 성적으로 정시 지원 가능 대학 가늠해 보고 수시 대학별고사 참여 여부 판단
가채점 성적만으로 판단해야 하기에 채점 결과에 오차가 없도록 본인이 체크한 답안들은 수험표에 메모하든 시험 종료 후 복기하든 명확히 해야 한다. 가채점을 통해 본인의 수능 점수를 알아야만 지원참고표나 모의지원서비스를 활용해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시험 종료 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문제지 및 답안지가 공개되므로 확인하면 된다.
지원참고표는 수능 국어, 수학, 탐구영역의 원점수를 합산한 점수로 정시 지원 가능한 대학들을 배치해 놓은 것으로 정시 각 모집 군별로 지원 가능한 대학들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단, 지원참고표에는 대학마다 각기 다른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을 고려하지 않았고, 대학에서 수능성적 산출 시 활용하는 지표는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점수를 활용하기에 실제 대학 지원과는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즉, 지원참고표로는 지원 가능한 대학선을 군별로 그룹지어 보는 용도이다. 수시 지원 대학이 해당 대학 그룹이거나 이보다 상향인 경우 남은 대학별고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계륵’ 상황의 수시 대학별고사… 모의지원서비스 활용하면 정교한 비교 가능
대체로 수시 대학별고사 응시여부를 고민하는 경우는 정시 지원 가능권 대학의 만족스럽지 못한 모집단위에 수시 지원했을 때인데, 이 때는 해당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과 본인의 영역별 원점수 조합의 유·불리를 가늠해 봐야 한다. 영역별 예상 등급컷에 맞춰보면서 어떤 영역의 원점수가 나은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보다 구체화하고 싶다면 모의지원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데, 모의지원한 학생들의 성적을 대학별 환산점수로 계산하여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기 때문에 보다 정교하게 비교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수능 직후에는 모의지원 대상 표본이 적어서 정확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국립대처럼 대학 내 상하단 모집단위 합격선 차이가 큰 대학의 중위권 모집단위 이상에서 정시 합격 가능성이 있다면, 해당 대학의 수시 대학별고사 응시는 고려해봐도 되겠지만, 상하단 모집단위의 합격선 차이가 적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모집단위에 지원했다 하더라도 대학별고사를 응시하는 것이 낫다.
◇내가 지원한 수시에 수능최저 있다면, 입시업체별 등급컷 대략 참고해 먼저 판단할 것
수시전형에서 수능최저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가채점을 통해 충족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입시 업체별로 원점수에 해당하는 백분위를 추정하여 등급컷을 정하는데, 이 역시 오차가 나올 수 있기에 맹신은 금물이다. 특히, 표본이 적은 4등급 아래로는 등급컷 차이가 커질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렇기에 예상 등급컷으로 수능최저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무턱대고 대학별고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설령 실제 수능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른 대학의 논술 및 면접 시에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연습이라 생각하고 대학별고사를 응시해 보는 것이 좋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허철 수석연구원은 “12월 4일 수능 성적 통지전까지는 가채점한 원점수를 기반하여 예상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추정하게 되는데, 실제 표준점수, 백분위와는 차이가 날 수 있고, 영역별 반영비율까지 적용하면 당락이 뒤바뀔 정도로 차이가 커질 수 있다. 그렇기에 가채점 결과로는 정시 지원 가능선을 가늠하는 정도로만 봐야하고, 대학과 모집단위를 특정하여 합격 여부를 결정하지는 말자”고 조언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