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놈 피해 떠나온 연해주'…김승환 교육감 "역사에 진 빚 갚으며 살아야"

'왜놈 피해 떠나온 연해주'…김승환 교육감 "역사에 진 빚 갚으며 살아야"

기사승인 2019-12-10 11:46:05
김승환 교육감. 자료사진

'우리가 너희들 소 돼지냐/ 이렇게 마구 다루고 부릴 정도로/ 우리가 그렇게도 만만하더냐...'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2019년 마지막 직원조회에서 이동순의 열여덟 번째 시집 '강제이주열차'에 실린 '떠나던 날'을 소개하며 역사에 진 빚을 갚는 삶을 강조했다.

이 시는 옛 소련 시절 스탈린 사회주의 독재 정권이 자행한 고려인 강제 이주사를 다루고 있다.

김 교육감은 “이 시에는 당시 고려인의 삶과 역사가 들어있다”면서 “한 번씩 읽어보시고 우리가 역사에 진 빚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빚을 갚는 일에 삶의 일부라도 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떠나던 날'

이삿짐 꾸려
화물차에 싣고서
정든 집 뒤로 두고 길 떠나는데
키우던 삽사리
아무 영문도 모르고
컹컹 짖어대며 따라오던
그 모습이 눈물 속에 어룽거리네

한참 달려오다 지친 개
길 복판에 멀뚱히 서서 바라보는데
두 볼 타고 저절로 흐르는 눈물
우리 떠나면 저 삽사리
어느 누가 밥이라도 제때 챙겨줄까
화물차가 굽잇길 돌자
살던 집 점점 멀어져 안 보이네

초목도 왈칵 뽑아
다른 곳으로 떠서 옮기면
제자리 잡아가기 힘이 드는데
하물며 사람 터전을
어찌 그리 준비도 없이 떠밀어가나
코뚜레 없이 코가 꿰였고
고삐 없이 목줄 매여 끌려가는구나

우리가 너희들 닭이냐
우리가 너희들 소 돼지냐
이렇게 마구 다루고 부릴 정도로
우리가 그렇게도 만만하더냐
왜놈 피해 떠나온 연해주
이제 다시 아득한 중앙아시아로 떠밀려가네
가련한 우리 고려인 신세

 

전주=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

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
소인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