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수 85%, 상급자 부당 지시 경험…‘한국마사회’, 노동구조 개선해야”

“국내 기수 85%, 상급자 부당 지시 경험…‘한국마사회’, 노동구조 개선해야”

기사승인 2019-12-11 14:12:39

한국마사회 소속 경마 기수 중 65%는 상급자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시민단체는 한국마사회 측이 ‘선진경마정책’을 전면 수정해 기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일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제도개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는 지난 4일 오후 7시 전국(서울·부산·제주) 전체기수 125명 중 7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답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 중 41%는 경주마가 전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조치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다리가 좋지 않은 말로 경기에 참여할 것을 지시받은 경우는 무려 99.9%에 달했다.

건강 상태가 열악한 말로 경기에 진출할 것을 권유받았다는 응답은 타지역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서울경마공원 89.5%, 제주경마공원 91.6% 등이었다.

부당 지시 거부는 불이익으로 되돌아왔다. ▲기승기회 축소(87.5%) ▲말의 문제를 기수에게 전가(75%) ▲명예훼손(37.5%) 등의 보복을 당한다고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은 말했다.

설문에 답한 기수 중 71%는 부당한 지시가 있어도 어쩔 수 없이 경기에 오른다고 답했다. 이유는 한국마사회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 조사에 의하면 ‘기수면허 유지권’ ‘조교사면허 취득권’ ‘마방대부 심사권’ 등의 권한을 갖고 있는 마사회 직원이 개인 판단으로 얼마든지 권한을 악용할 수 있다고 기수들은 답변했다.

석병수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장은 “지난 2017년부터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4명의 기수와 말관리사가 목숨을 잃었다”며 “매 죽음의 사연이 마사회의 다단계 갑질과 부조리를 자신의 죽음으로 폭로하는 것이거나 무한경쟁 속에 과도한 업무와 갑질에 내몰려 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석 본부장은 “한국마사회는 스스로 책임없는 일이라고 운운하며 뻔뻔스러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갑을구조에서 평등구조로 전환 기수 및 마필관계 처우 개선 무한 경쟁 유발하는 마사회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지난달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 A씨(40)는 부정경마와 불공정 조교사 발탁 시스템을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조교사들이 인기마들을 실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일부러 살살타게 해서 등급을 낮추게 한뒤 승부를 걸어 고액배당을 얻기 위해 기수를 동원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말을 탈 기회를 박탈한다는 내용이었다.

같은날 한국마사회 측은 입장자료를 내고 “조교사는 개별사업자로서 한국마사회와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며 채용 비리 의혹은 마사회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조교사, 기수를 직접 채용하는 곳은 전무하다”면서 “한국야구위원회가 감독을 직접 고용하지 않듯 경마시행체인 마사회는 개인사업자 개념의 조교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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