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블랙독’ 뻔한 학교 드라마의 편견을 깨다

[볼까말까] ‘블랙독’ 뻔한 학교 드라마의 편견을 깨다

‘블랙독’ 뻔한 학교 드라마의 편견을 깨다

기사승인 2019-12-17 15:32:58

예상을 여러 번 빗나간다. 17일 첫 방송된 ‘블랙독’은 강렬한 메시지를 느리고 꼼꼼한 전개로 전달하는 드라마다. 최근 드라마의 추세와 달리 자신의 길을 걸으며 편견을 깨는 ‘블랙독’의 태도는 첫 직장 출근 첫날부터 편견을 뒤집어쓴 주인공 고하늘(서현진)의 상황과 닮았다.

‘블랙독’은 12년 전 수학여행을 가던 도중 버스 사고를 당한 고하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버스 의자에 발이 끼어 홀로 남아 있던 하늘은 기간제 교사 김영하(태인호)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지만, 뒤늦게 나오던 그는 결국 사망하고 만다. 당시 ‘기간제’라는 이유로 학교 소속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김영하의 유가족을 보던 하늘은 교사란 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후 성인이 된 하늘은 엄청난 경쟁률의 임용고시에서 번번이 떨어지던 끝에 사립 기간제 교사로 첫 출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그 학교에는 인연을 끊고 살던 외삼촌 문수호(정해균)가 교무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이 사실이 학교에 알려진다. 고하늘은 동료 기간제 교사들에게 낙하산 취급을 받으며 따돌림을 당하지만, 진학부장 박성순(라미란)이 고하늘을 유심히 지켜본다.

‘블랙독’은 검은색 개의 입양을 꺼리는 ‘블랙독(Black Dog) 증후군’에서 제목을 따왔다. 세상이 만들어낸 편견와 오해로 소외되는 인물의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의도를 제목에 압축했다. 첫 회부터 자세와 실력을 모두 갖춘 고하늘이 블랙독이 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렸다.

직장인 드라마의 전형성을 깼던 tvN ‘미생’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자신만의 기억을 가진 주인공이 세상 밖으로 나가 하나씩 부딪히는 과정이 닮았다. 주인공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어떤 심경인지 알 수 있고,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하는 보편성을 획득하는 전개 방식이다. ‘미생’에서 장그래 인턴(임시완)을 지켜보며 이끌어주는 오상식 과장(이성민)처럼, ‘블랙독’에선 진학부장 박성순이 기간제 교사 고하늘을 눈여겨보는 역할로 등장한다.

그렇다고 ‘블랙독’을 ‘미생’의 학교 버전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미생’이 방송된 2014년과 지금은 달라진 점이 많다. 짧은 분량의 모바일 영상에 익숙해진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 빠른 호흡의 드라마가 넘쳐난다. ‘블랙독’은 대세를 따라가지 않는다. 차분하고 느린 호흡으로 학교에 들어오는 햇빛과 인물들의 한숨, 숨 막히는 교무실 공기를 담아낸다. 배경이 일반 회사에서 학교로 바뀌면서 남성 중심이었던 이야기가 여성들의 이야기로 치환된 점도 눈에 띈다.

‘블랙독’은 학교를 배경으로 교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의 전형성을 완전히 뒤집는다. ‘블랙독’은 학생보다 교사에 주목한다. 그동안 교육의 현장으로 인식된 학교라는 공간을 누군가의 직장으로 바라보며 교사들의 세계를 파고든다. 학생을 향한 의무를 다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다양한 동료들과의 직장 생활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교사의 어려움은 물론, 현재 교육 현장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는다.

JTBC ‘뷰티 인사이드’ 이후 1년 만에 돌아온 배우 서현진의 집중력이 빛난다. 라미란과 박지환, 정해균, 예수정, 김홍파, 권소현 등 영화에서 자주 만났던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도 극의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 볼까

‘미생’을 인생 드라마로 꼽거나, 교사를 꿈꾸는 시청자들에게 추천.


■ 말까

1시간 이상 감상하기 힘들거나 빠른 호흡의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에겐 비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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