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하에서 우리 국민들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붕괴시키는 위험한 길이다. 아니 역사적 적폐의 길이자 무법의 전체주의가 판을 치는 폭정(暴政)의 길이다.
지금 이 나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반(反)헌법주의자를 대통령으로 앉혀 놓고서 입헌주의, 공화주의가 아닌 위헌주의, 공갈주의 국정운영을 목도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이 목숨을 내걸고 피눈물을 흘리면서 쌓아 올린 자유와 민주주의 성탑(聖塔), 번영과 평화의 거룩한 성탑이 잔인하고 무지한 한 폭군(暴君)에 의해 무차별적인 폭격을 당하고 있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이로 인해 이 나라는 치명적 위험에 처하게 되었으며 재앙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국정 파탄과 국가 파괴라는 자신의 실정(失政)에 따른 최후의 심판, 악정(惡政)에 대한 최종 책임으로부터 면탈(免脫)하기 위한 한 독재자가 자신의 정치적 후일을 보장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헌법을 파괴하는 국정농단쇼를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전직 국회의장을 새로운 국무총리로 내정했다. 이는 희대의 코미디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며 민의의 전당인 의회에 대한 반역(反逆)이자 농간(弄奸)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수장(首長)을 국무총리로 선출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헌정파괴행위이다. 이런 위헌적 행위는 총칼로 헌정을 중단시키고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군사독재정권하에서도 발생하지 않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말끝마다 촛불혁명과 민주주의를 정권의 정통성으로 강조해 온 문재인 정권의 이 경악할 민주주의 파괴행위, 역사적 적폐행위는 무엇을 의미할까?
국회의장은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삼권분립이란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누고 이를 각각 별개의 기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에 분담시켜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비판받는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중심축이다. 그런데, 이런 역할을 맡았던 전직 국회의장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직무를 맡는 국무총리에 임명된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있어서는 안 될 ‘가장 추악한 민주역사의 오점(汚點)'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한마디로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행위이자 다시 한번 의회주의를 쇠사슬로 묶는 반민주적 폭거(暴擧)이다.
얼마 전까지 문재인 정권은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초헌법적 기관인 공수처를 밀어붙여서 ‘정권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검찰’을 통제하고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유혹을 품고 지내 왔다. 그리고 권력 사유화에 대한 탐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런 문 정권이 이번에는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만들어 수족처럼 부리면서 ‘국회를 시녀화’하겠다는 반민주적 행패를 역사 앞에 저질렀다. ‘적폐 청산’을 외치며 검찰을 정적 탄압을 위한 권력의 도구로 실컷 부려먹다가 이제서야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부르짖으며 ‘검찰개혁’을 시대적 소명으로 만들어 버린 문 정권이다. 그런 함량 미달의 반민주적 정권이 그동안 대통령 권력의 견제자가 아니라 조력자였던 국회의장을 이번에는 아예 대통령 밑으로 데려와서 부리는 위헌적 범죄행위를 버젓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왜 문 대통령은 이런 위헌적 행위를 각오했을까? 지금 그의 뇌리에 남아있는 생각의 '처음과 끝'은 내년 4월 총선뿐이다. 4월 총선에서 패배하면 지난 3년 동안 그가 저질러온 국정 파탄의 악정에 대한 역사적 심판과 책임이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올지를 그는 잘 알고 있다. 그 점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자신이 만일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고, 그 결과 정치적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길을 걸어서 자신의 안위를 찾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결심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만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그 길이 국가 붕괴의 길, 국민 도탄(塗炭)의 길, 역사적 범죄의 길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길이라면 그는 국가와 국민과 역사를 버리고 자신의 정치적 안전을 찾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내정한 것은 민주주의, 입헌주의, 의회주의라는 대한민국의 국체에 대한 존중이냐 무시냐, 적법이냐 범법이냐, 위헌이냐 입헌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문 대통령)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전남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이낙연 총리를 내세우고, 무너져가는 전북 지역의 민심을 다잡기 위해서는 그 지역 출신인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기용해서 다시 대권 주자로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래서 빠져나가는 전남, 전북 표심을 각각 그 지역 출신 대선주자급들을 부각시켜서 현 정권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기반을 복원시키겠다는 선거전략이 전부인 것이다. 이런 위헌적인 범법행위는 곧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자신에게 닥칠 탄핵의 두려움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왜 탄핵의 대상에 오르게 되었는가? 헌법을 어기고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넘어선 권력을 남용하고, 특히 공익을 위해 행사되어야 할 대통령의 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되었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미국의 입법부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위선, 위증, 거짓, 사기, 공권력 남용, 지위 악용, 사익추구, 권력의 사유화 여부 등에 대한 일체의 문제들을 감시, 감독한다. 그래서 의회는 민주주의와 헌법의 최후 보루이다. 이 가운데 단 한 가지만 어겨도 대통령은 '탄핵의 대상'이다. 특히 대통령과 같은 당의 소속의원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민주주의 제도에 위험을 가한다면 의원들이 대통령을 끌어 내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미국 의회주의다. 이것이 바로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기능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이런 입법부의 수장이 대통령의 임명직으로 추락하는 반민주적 몰골을 드러냈다. 이는 대통령의 권력 남용이고 위헌이다. 대통령의 견제자이자 감시자인 입법부의 수장이 대통령의 충견으로 간택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자 역사의 퇴보이다. 이런 반민주적 태도는 민주 영령에 대한 모욕(侮辱)이자 민주정신에 대한 모멸(侮蔑)이다. 대통령의 이런 권력 남용과 반입헌주의는 민주주의를 폐(廢)하고 전체주의로 넘어가는 문을 열어 놓는 반민주적 적대행위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지금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이지만 민주주의로 발전해 나가는 나라와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두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하나는 폴란드의 사례이고 다른 하나는 헝가리의 사례이다. 두 나라 모두 민주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사명과 역할에 따라 그 나라의 민주주의의 운명이 극명하게 달라지는 경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폴란드에서는 '법과 정의당'(Law and Justice Party, PiS) 정권이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허물어뜨리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그 이유는 법과 정의당의 안제이 두다(Andrzej Duda) 대통령이 행정부가 대법관을 마음대로 해임하고 임명하도록 권한을 허용하는 두 가지 법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Steven Levitsky & Daniel Ziblat, 「How Democracies Die」) 그러나 똑같이 민주적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었지만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Viktor Orban) 총리는 독재 행보를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여당인 피데스(Fidesz)당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았다.
지금 문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국무총리에 임명하는 초유의 반민주적, 위헌적 폭거를 자행했는데도 더불어민주당 내부로부터는 그 어떤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는 식물 정당의 모습과 일치한다.
어제 문 대통령이 전직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발표함으로써 선출된 독재자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 바로 어제가 이 나라 민주주의가 한 독재자의 폭거에 의해 타살된 날이었다. 이 땅의 자유와 공화, 민주와 번영, 평화와 안정을 위해 목숨과 영혼을 바친 무수한 민주 영령들의 희생이 짓밟힌 날이었다. 그간 얼마나 많은 국민이 자유와 민주를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쓰러졌던가? 이들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어 허물어뜨린 장본인이 바로 문 대통령이다. 장엄한 금자탑을 하루아침에 모래성으로 만들어 버린 문 대통령은 자신의 승리를 위해 이 나라를 영원한 패배자로 만들고 있다. 이 얼마나 허구에 찬 피해망상적 환상이며, 파괴적인 망동(妄動)인가?
대한민국 국정운영의 센터인 청와대는 지금 국민의 안위보다 대통령 자신의 안위를 앞세우는 한 사람의 무모한 선거 도박에 의해 선거도박장으로 변하고 있다. 그 장본인은 스스로 국기(國基)를 무너뜨리고, 국헌(國憲)을 침해하며, 국체(國體)를 부정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추문의 역사'를 만들고 있으며 반민주적 범죄행각을 펼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안정, 번영, 평화의 기둥을 무너뜨리고 있다. 정권의 출발부터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이라는 디지털 독재로 시작한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실패자이다. 민주주의 무임승차자가 이제는 민주주의 탄압자로 돌변했다. 민주제도의 최대수혜자가 민주제도를 타락시키는 최악의 가해자로 추락했다.
그는 민주주의로 위장한 비현실적 환상의 총아(寵兒)이면서 위선과 조작, 거짓과 탈선의 디지털 독재자이다. 그는 노골적으로 법과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전체주의적 독재자보다 더욱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위험에 빠뜨리는 ‘민주라는 양의 탈을 쓴 늑대’와도 같은 디지털 독재자이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선출된 디지털 독재자가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전복하는가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는 실패한 민주 규범의 파괴자이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