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발병 초기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 치료 효과

‘조현병’ 발병 초기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 치료 효과

환자 스스로 질환 인식 어려운 조현병에 적합한 치료 대안

기사승인 2020-01-20 04:00:00
발병 초기 ‘결정적 시기’ 놓치지 말고 병원 찾아야…치료 방치 땐 상태 악화
 
지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조현병 환자의 범죄, 조현병 환자는 정말 잠재적 범죄자일까?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는 비교적 흔한 질환인 조현병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을 갖기 보다는 조현병 환자의 조기 진단 및 빠른 치료에 보다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조현병은 생각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신경전달회로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뇌기능 저하 현상이 일어난 상태를 의미한다. 

주요 증상은 크게 일반인에게 없는 증상이 나타나는 ‘양성증상’과 일반인에게 있어야 하는 감정 등이 사라지는 ‘음성증상’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양성증상으로는 환각, 망상 등이 있고 음성증상으로는 감정의 둔화, 무의욕증, 주의력 손상 등이 나타난다.

조현병의 발병 시기에 대해 학계에서는 남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자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입시 및 대인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청소년기에 발병하는 경우,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일탈적 태도나 신경질적 반응이 사춘기 증상으로 치부돼 조기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현병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일반인과 같은 정상 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질환으로 이를 위해서는 발병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치료현황에 따르면 전체 조현병 환자의 20% 정도만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환자는 질환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사회적 편견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환자가 조현병 발병 후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56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추천하는 치료 시기인 12주보다 약 5배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병 발병 초기 3년은 ▲가장 잦은 재발 ▲가장 높은 자살률 ▲뇌의 변화 ▲지속적인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기간이다. 이 기간 중 회복 정도에 따라 환자의 평생이 좌우될 수 있어 조현병 치료의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로도 불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조현병에 따른 망상과 환각 증상이 점차 심해지고 치료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의료기관을 찾아 빠르게 치료해야 한다.

현재까지 조현병 치료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는 하루 1~2회씩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형 약물이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는 스스로 질환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어 임의로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기 쉽다. 질환에 대한 인식이 있는 환자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회복세에 들어서면 자의로든 실수로든 약물 복용을 거르는 경우가 많아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체내 약물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질환 특성 상, 하루 한 번이라도 약물 복용을 잊으면 조현병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 번의 주사를 통해 한 달 혹은 세 달 동안 꾸준히 체내 약물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LAI, Long-Acting Injection)는 조현병에 적합한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약물 복용을 잊기 쉬운 환자들이나 일상생활 중 매일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환자들이 효과적인 약물 치료를 지속할 수 있음은 물론, 재발로 인한 치료 기간의 증가, 증상의 심화 등 치료상의 어려움이나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인 비용 감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는 “조현병은 조기치료와 안정성이 상당히 중요한 질환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약물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재발과 입원을 방지하고 발병 초기부터 효과적으로 증상을 관리, 치료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법이다”고 조언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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