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발작에 대한 편견이 ‘낙인’…사회에서 소외

뇌전증, 발작에 대한 편견이 ‘낙인’…사회에서 소외

환자 마다 경련 양상…중증도 다른데 질환 알리면 무조건 ‘out’

기사승인 2020-01-21 00:13:00

3대 뇌질환으로 꼽히는 뇌전증은 다양한 원인과 복합적인 발병으로 인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원인이 워낙 다양한데 교통사고 등 머리를 다치는 사고도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주요 증상인 발작은 일시적으로 특정 뇌 부위의 뇌세포들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억제력이 약해져 균형이 깨지고 조절능력이 상실되어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진단은 병력 조사, 뇌파검사 또는 MRI, CT 등 신경영상 촬영 등을 통해 진단한다.

뇌전증은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발작으로 인한 뇌손상, 합병증, 부상의 위험 외에도 환자들의 삶의 질 저하와 낮은 사회적 인식, 취업 등과 같이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겪기 때문에 대다수 뇌전증 환자들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상건 교수는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심한 경련을 동반한 팔다리가 뒤틀리는 대발작으로 떠올리지만 실제 발작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눈꺼풀이 떨리면서 아주 잠깐 의식이 끊기는 소발작이나, 갑자기 피부에 닭살이 돋는 정도, 혹은 멍한 모습으로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주변 사물을 만지작거리는 모습 등 주변인들은 알아 챌 수 없을 정도이거나 환자 본인만 아는 느낌과 같은 부분발작이 더욱 흔하게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뇌질환이 원인이 되어 6년 전 뇌전증을 얻게 된 박모씨(여, 40대)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뇌전증 환자에게 사회적 편견과 낙인은 환자로 하여금 언제 자신의 질환이 주변에 드러날지 모른다는 긴장과 스트레스로 이어져 질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전증을 겪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에서 배제된다. 환아의 경우 어린이 집 입소 단계에서부터 배제 된다. 질환을 미리 알리면 거부당하고, 숨기다 노출되어도 쫓겨난다. 사전에 알려도, 알리지 않아도 기본적인 교육 받을 권리 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하물며 직장은 어떻겠나.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자신의 질환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워 한다”고 환자들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사람마다 경련은 양상이 다 달라서 중증의 심환 환자들이 아니고 전조가 있는 경우라면 대비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되고 사회생활을 영위할 기회도 박탈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환자 3명 중 1명은, 약물 난치성 뇌전증

뇌전증 장애인은 원칙적으로 일차적인 약물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일정 기간 적절한 약물 치료를 통해 발작을 멈출 수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는 약 15 종 가량의 약물 밖에 도입되지 않아 치료제 옵션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복용하는 약물로 2년 혹은 5년 이상 발작이 나타나지 않는 발작 소실 에 이르지 못하면, 용량을 늘려보거나 혹은 새로운 약물을 추가하거나 대체하면서 장기간 복용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 대부분은 적게는 2제, 많게는 3제, 4제까지도 약을 매일 복용해야 하다 보니, 매년 1회씩 간 기능을 검사 받고 있다.

그러나 그나마도 기존 치료약물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대한뇌전증학회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장애인 중 30% 이상은 2가지 이상 약물 치료에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장애인’이다. 

국내 약물 난치성 뇌전증 장애인은 약 10만명으로, 지속되는 발작으로 인해 뇌손상, 인지기능 저하, 심장 이상 등의 심각한 합병증과 더불어 급작스럽게 사망할 위험까지 지니고 있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치료에는 수술, 신경자극 등이 고려될 수 있으나, 약물 요법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박씨는 “뇌전증 환자에 대한 지원이 워낙 없다. 그러다 보니 너무나도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치료에 대한 지원이라도 우선적으로 늘려야 한다. 치료제가 많지도 않은데 국내 도입이 늦고, 그나마도 제대로 도입되지 않아 환자들이 치료조차 원하는 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약을 구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던가, 해외로 나가 원정수술을 받고 돌아온다던가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 새로운 약이나, 치료법을 환자들이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도록 기본적인 치료 여건이라도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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