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vs 안산시 ··· '불법현수막'을 보는 시각

수원시 vs 안산시 ··· '불법현수막'을 보는 시각

기사승인 2020-01-28 12:38:00


운행차량 또는 보행자가 많은 곳에 무분별하게 내걸린 현수막은 일반적으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에 위배된다. 그럼에도 이 현수막에 의한 불법은 근절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비용 대비 광고효과가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도·단속 기관의 미온적인 태도도 한몫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옥외광고물법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심지어 법, 조례를 만드는 국회의원과 시·도의원(입법부)도, 법과 조례에 따라 나라나 지자체를 다스리는 행정부(지자체)의 수장들도 이 옥외광고물법 위반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명절·국경일 등에는 법 위반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의례적인 내용의 축하·기념 현수막을 거리낌없이 거리에 게시한다. 그 게시에 광역·기초단체장을 비롯한 국회·시·도의원 등 정치인들이 앞장선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이번 설 명절을 맞아 안산시 전역에 200여 장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현수막 예산은 1000만 원이다. 주로 교차로, 육교, 터미널 등 교통량이 많고 시민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했다. 

그런데 이곳에 게시된 현수막은 평상시엔 '불법현수막'이라 해서 안산시가 단속한다. 안산시는 지난해 불법유동광고물 216건에 대해 6억1000여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안산시에는 구청이 2개 있다. 상록구청과 단원구청이다. 상록구청 도시주택과 옥외광고물 관계자는 "이 현수막들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단원구청 도시주택과 옥외광고물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을 들먹이며 "공직선거법상 가능하기 때문에 옥외광고물법이 있다 하더라도 관행적으로 (게시)해왔다"면서 "불법 여부에 대해선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을 다루는 선관위 직원인지, 옥외광고물법을 다루는 안산시 직원인지 정체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안산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국회의원 입후보예정자외 다른 정치인들은 명절 현수막 게첨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직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은 독립된 개별법"이라고 말했다.

안산시 총무과 관계자는 "윤 시장의 명절인사 현수막은 '관혼상제 등을 위해 표시·설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명절인사가 '관혼상제' 어디에 해당하느냐는 물음에는 '관혼상제 등'에서 '등'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관혼상제'는 관례, 혼례, 상례, 제례를 말한다. '등'은 '관혼상제' 외에 어떤 것을 말하는 건지 실로 기세가 '등등'한 안산시의 답변이다.

한편 안산시는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불법현수막 수거보상제를 실시하지 않는다. 제종길 시장 때는 있었다. 윤화섭 시장 체제로 바뀌면서 수거보상제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명절 현수막 예산은 세웠다.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기도 했다. 올해 명절 현수막 예산은 2000만 원이다. 설과 추석 각 1000만 원씩이다.

반면에 염태영 수원시장은 최근 명절인사 현수막 대신 '불법 현수막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선거를 앞두고 그간 관행적으로 묵인했던 정당·정치인의 명절인사 현수막을 단속 즉시 현장에서 제거한다고 나섰다. 또한 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을 비롯해 각 정당에 '불법현수막 게시를 하지 말라'는 협조를 요청했다. 불법현수막에 대한 '무관용 원칙'으로 도심이 깨끗해지고 안전해질 것을 기대하는 수원시민들은 이번 염 시장의 결정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수원시 옥외광고물 관계자는 "공직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은 엄연히 다른 법이다. 공직선거법에서 할 수 있다고 해서 다른 법을 어겨가면서 하는 것은 안된다. 공직선거법은 특별법이 아니다"라면서 "명절인사 현수막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수원시는 올해부터 만 20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불법현수막 '수거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수원시의 불법현수막 수거보상 예산은 지난해까지 2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수원시옥외광고발전기금'을 통해 조성된 기금 3억5000만 원을 광고물 등의 정비에 투입한다. 염 시장의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관장의 인식차이가 도시의 미관과 안전을 바꿔놨다. 윤 시장은 2000만 원이라는 시민혈세를 명절인사 현수막을 게시하는데 사용했다. 반면 염 시장은 똑같은 돈으로 수거보상제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명절인사 현수막을 더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돈이 아닌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이라면 어느 쪽이 더 시민을 위한 것인지 기관장은 예산집행에 더 신중해야 한다.

안산시민 J씨는 "현행법상 지정 게시대가 아닌 다른 곳에 설치된 모든 현수막은 불법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 홈페이지와 각종 SNS 등 여러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굳이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현수막을 통해 인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시장님 개인의 인사치레나 하라고 세금을 낸 것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안산=박진영 기자 bigman@kukinews.com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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