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디스토피아’ 연작 내는 드림캐쳐 “그래도 유토피아로!”

[쿠키인터뷰] ‘디스토피아’ 연작 내는 드림캐쳐 “그래도 유토피아로!”

‘디스토피아’ 연작 내는 드림캐쳐 “그래도 유토피아로!”

기사승인 2020-02-20 07: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이 그룹에겐 헤드뱅잉도 안무가 된다. 육중한 기타 소리에 속도감 있게 질주하는 이들의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게임 OST를, 누군가는 오락실 펌프 음악을 떠올린다. 헤비메탈과 아이돌 팝 사이에 새로운 길을 내고 있는 그룹 드림캐쳐의 이야기다.

드림캐쳐가 18일 정규음반 ‘디스토피아: 더 트리 오브 랭귀지’(Dystopia : The Tree of Language)를 발매했다. 데뷔 3년 만에 내는 첫 정규음반이다. 제목처럼 음반은 ‘반(反) 이상향’을 소재로 한다. 이날 공개된 타이틀곡 ‘스크림’(Srceem) 뮤직비디오 서두엔 ‘어느 날 갑자기 빛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좋은 말을 하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혐오와 분노가 만연한 시대, 드림캐쳐가 포착한 ‘디스토피아’의 모습이다.

3부작으로 이어질 ‘디스토피아’의 첫 음반 주제는 언어폭력. ‘스크림’은 중세시대 횡행한 마녀사냥에서 영감을 얻은 노래다. ‘모두 내게 돌을 던져도 / 벗어나지 못해’ ‘칼날처럼 날이 선 말이 / 상처 되어 파고들어도’ 같은 가사로 현대 사회를 겨누기도 한다. 이미 음원 사이트 댓글에선 “악플러들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 “사회 비판적인 노래” 등의 감상이 나오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대입할 수 있는 가사잖아요. 자유롭게 해석해주시면 좋겠어요.” 최근 서울 학동로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드림캐쳐는 “악플러들에 대한 일침이 될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리드보컬인 시연은 “중세시대에 어딘가에 묶여 돌을 맞고 불에 타는 (마녀사냥의) 피해자를 상상하며 불렀다”고 했다. 데뷔 초부터 이어온 ‘악몽’ 시리즈에서 환상적인 소재를 다뤘던 드림캐쳐는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수아)로 대중성을 높였다.

달라진 건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드림캐쳐는 그동안 고집해오던 헤비메탈 음악에 최근 유행하는 전자 음악 요소를 더했다.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장르를 넓히려는 시도가 더욱 두드러진다. 재즈풍 멜로디를 입힌 ‘재즈 바’(Jazz Bar), 지글거리는 기타 리프로 시작해 팝적인 후렴으로 나아가는 ‘블랙 오어 화이트’(Black or White), 밴드 악기를 모두 뺀 EDM 장르의 노래 ‘인 더 프로즌’(In The Frozen) 등이 그 예다. 반면 ‘텐션’(Tension)은 드림캐쳐의 데뷔 초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데, 실제로 이 곡은 3년 전 발표한 ‘굿나잇’(Good Night)과 타이틀곡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고 한다.

헤비메탈에 바탕을 둔 드림캐쳐의 음악은 3040세대에겐 향수를 자극하고 1020세대 팬들에겐 새로움으로 다가간다. 다양한 걸그룹 콘셉트에 환호하는 여성 팬들도 많다. 지유는 “팬사인회를 해보면 10대부터 자녀와 함께 온 40대 팬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남녀 성비도 거의 반반”이라고 귀띔했다. 록 마니아들은 아이돌 음악에 박할 것이라는 통념도 드림캐쳐에겐 통하지 않는다. 유현은 “메탈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우리의 음악을 좋아해주신다”며 미소 지었다.

‘멀티 팬덤’ 문화를 가진 해외 K팝 팬들이 일찌감치 드림캐쳐를 알아본 건 어쩌면 당연하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해외투어를 해온 드림캐쳐는 “공연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기뻐했다. 초창기엔 4~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찾았던 이들은 이제 1000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도 가뿐히 채운다. 이번 음반은 발매와 동시에 8개국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앨범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25개 지역에서 톱10에 들었다. 빌보드는 이미 3년 전부터 드림캐쳐를 ‘최고의 K팝 신인’으로 주목했다. 

2014년 그룹 밍스로 데뷔해 1년 넘게 일없이 쉬어야 했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밍스 시절부터 팀을 이끌어온 지유는 “그땐 너무 힘들어서 가수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가 지난 6년 간 가장 잘한 일로 꼽는 것은 “가수의 꿈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연습생 생활만 5년 넘게 했던 수아는 “인생의 절반 이상 동안 걸어온 길”이라면서 멤버들을 향해 “드림캐쳐는 무조건! 끝까지! 함께 가는 거다. 우린 영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스토피아: 더 트리 오브 랭귀지’는 어둡고 때로 파괴적이기까지 한 음반이지만 이 시리즈의 끝엔 ‘희망’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선 ‘악몽’ 시리즈 역시 결국엔 “까만 세상 속에 네 편이 돼줄게”(‘유 앤 아이’)라는 위로로 맺지 않았던가. 남은 것은 그 여정을 지켜보는 일이다. 

“‘디스토피아’는 악(惡)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소재로도 긍정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악몽’ 시리즈 때로 그랬었고요. 드림캐쳐가 (듣는 이에게) 주는 힘은 여전히 똑같다고 생각해요.” (수아)

“(앞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기대해봐도 좋냐고 묻자) 네, 그럼요! 우리가 꿈꾸며 나아가는 방향은 ‘유토피아’니까요.” (지유)

wild37@kukinews.com / 사진=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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