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슬기로운 의사생활’ 말랑하고 따뜻한 신원호의 세계

[볼까말까] ‘슬기로운 의사생활’ 말랑하고 따뜻한 신원호의 세계

기사승인 2020-03-13 15:21:26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서울대학교 의예과 99학번 동기 5인방이 한 병원에 모인다. 12일 방송한 tvN 새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첫 회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2019년, 5명 모두 엘리트 의사로 자리 잡았고 투철한 소명의식도 가졌다. 심지어 이들 중 한 명은 재벌가 막내아들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결핍과는 거리가 먼 이들 5인방에게도 저마다의 성장통은 있고, 환자들은 모르는 유치한 우정도 있다. 그렇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신원호PD 특유의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다.

소아과 조교수 안정원(유연석)은 율제병원을 소유한 율제그룹의 막내아들이자, 형제들 가운데 유일한 비(非) 성직자다. 자신도 형제들처럼 신부가 되고 싶었지만 “딱 1년만 더 해보자”는 큰 형(성동일)의 꼬드김에 넘어가 여전히 병원에 몸담고 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주변에선 그를 율제그룹 차기 회장으로 치켜세우지만, 정작 그는 어머니의 ‘부랄친구’에게 병원을 넘겨준다. 조건은 하나. VIP 병동의 운영과 관리를 맡겨 달라는 것. 그리고 그는 20년 지기 친구들을 율제병원으로 불러들인다. 간담췌외과 이익준(조정석), 흉부외과 김준완(정경호), 산부인과 양석형(김대명), 신경외과 채송화(전미도)다. 

정원의 ‘연봉 2배’ 제안은 달콤하다. 익준, 준완, 송화는 당장 ‘콜’을 외친다. 그런데 석형의 얼굴이 뚱하다. 정원은 지정 주차에 단독 연구실까지 약속했지만, 석형의 답은 대학 시절처럼 밴드를 결성하자는 거다. 정원은 결사반대를 외치는준완을 ‘흑역사’ 사진으로 제압하고, 음치이자 박치인 송화에겐 보컬 자리를 내줌으로써 석형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여차여차 율제병원 식구가 된 5인방. 그런데 출근 첫날부터 일이 꼬인다. 흉부외과 학술대회를 위해 호텔을 찾은 준완이 그곳에서 다른 여성에게 입 맞추는 송화의 남자친구를 보면서다. 공과 사를 공유하는 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 볼까

말랑하고 따뜻한 ‘신원호 월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정을 무엇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하는 신 PD의 기조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게다가 주인공 5인방이 친구 관계로 등장해 ‘응답하라’ 시리즈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가부장적 가족주의가 재현될 염려가 낮고, 배경이 병원인 덕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처럼 윤리적인 딜레마에 부닥칠 위험도 적다. 요컨대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인정의 힘을 믿는 신 PD의 낭만주의를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을 만한 드라마다. 여러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조정석의 활약이 특히 눈부시다. 1회에서 많지 않은 분량으로도 자신이 나오는 장면마다 매력을 흩뿌린다. 주인공들의 대학 시절을 넣어 세기말의 향수를 자극한 연출도 영리하다.

■ 말까

‘의학 드라마’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두는 것이 좋다. 오히려 1회에 등장한 환자들의 에피소드는 기능적으로 삽입됐다는 인상이 짙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교감은 ‘신원호 월드’의 핵심 키워드지만, 정작 의사-환자의 이야기는 ‘인간미 넘치는 의사’를 그리기 위해 소모된다. 실력도 뛰어나고 인품도 훌륭한 송화, 여기에 돈까지 많은 정원은 모범생 캐릭터의 전형이고, 성격이 까칠해 후배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준완은 여느 의학 드라마에서 되풀이돼 온 캐릭터라 신선함이 떨어진다. 여러 인물에게 각각의 개인적인 서사를 부여하려다 보니 1회에선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2회 방송까지 일주일의 공백이 있어 이야기가 탄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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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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