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19일 TK(대구·경북)지역 경선 결과 발표로 사실상 공천을 마무리한 가운데, 통합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공천 배제(컷오프)된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가 잇달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TK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통합당 공천 결과 발표 이후 현역의원 중에선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갑)이 가장 먼저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고 이어 정태옥 의원(대구 북갑)이 가세했다. 김석기(경주)·백승주 의원(경북 구미갑)은 공천에 불복해 재심을 요구한 상태다.
원외에서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필두로 김장주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등이 속속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한판 대결을 벼르고 있다.
통합당 경선 결과가 나온 19일 이후 고배를 마신 후보자들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통합당 공관위는 이날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경선 결과 대구 동구갑 류성걸 전 의원, 대구 동구을 강대식 전 동구청장, 대구 북구을 김승수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 대구 수성구을 이인선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포항북 김정재 의원, 경주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 포항 남구·울릉 김병욱 국회의원 보좌관, 경산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구미갑 구자근 전 경북도의원 등이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무소속 연대와 관련, 홍 전 대표는 “무소속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소속 정당 없이 중앙당의 지원을 등에 업은 통합당과 민주당 총선 주자와 경쟁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인 만큼 향후 정치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에 대해 통합당 내부에서는 “무소속으로 표가 분산되면 당락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전전긍긍하면서도 “당 쇄신에 동참하고 공천 결과에도 승복하겠다더니 자신이 공천에서 떨어지자 약속을 완전히 뒤집었다. 공천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인사들에 대해선 복당을 불허하도록 당헌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석연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은 18일 공천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한 인사들의 ‘복당 불허’를 황교안 대표에게 정식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계에선 ‘탈당-복당’의 과거 역사와 더불어 1석이라도 아쉬운 현실 정치를 감안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복당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내가 왜?”…“살아서 돌아오겠다”
컷오프 된 현역 의원들의 공천 반발은 곧바로 무소속 출마로 이어졌다. 저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당선 후 복당”이라는 전재를 깔았다.
대구경북 지역구 현역 중 6명이 공천에서 탈락한 가운데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갑)이 무소속 출마 선봉에 섰다.
곽 의원은 13일 미래통합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서갑에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을 단수 추천한 뒤 번복했다”면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아닌, 김형오가 챙기는 인사를 사천한 막장 공천”이라고 비판하며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곽 의원에 이어 정태옥(대구 북갑) 의원이 18일 두 번째로 통합당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공관위의 대구 북구갑 공천은 주민들의 여론과 지역 정서를 외면한 사천(私薦)이었다”면서 “북구민들로부터 직접 선택을 받기 위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구 북갑에서는 공천을 확정한 양금희 후보가 정 의원과 맞붙게 된다.
경북 경주 공천에서 컷오프 된 김석기 의원도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합당 경주 지역구 경선 결과, 김원길 42.7점·박병훈 57.3점으로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이 승리했다.
마찬가지로 공천장을 받지 못한 백승주 의원(경북 구미갑)도 추가 경선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통합당 구미갑 지역 경선에선 구자근 전 경북도의원이 김찬영 후보를 이겼다.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은 “문제없는 모든 후보가 경선을 통해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 분열을 줄여야 한다”며 경북 초·재선 현역의원 컷오프 재검토를 촉구한 상태다.
한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공천 배제된 3선(選)의 김재원 의원은 서울 중랑을 선거구에서 경선 기회를 얻었지만 윤상일 전 의원에게 패배, 향후 거취가 조목된다.
◆“기회조차 않주나”…원외 인사 이유있는 반란(?)
원외 인사로는 보수 진영 대권잠룡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수성을은 현역인 주호영 의원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맞대결을 위해 수성갑으로 자리를 옮긴 곳이다. 따라서 홍 전 대표는 경선에서 승리한 ‘정치 신인’ 이인선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과 대결을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상식 예비후보가 버티고 있다.
홍 전 대표는 “못된 협잡 공천에 관여한 사람을 나는 알고 있으며 (총선 후)복당한 뒤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공천 결과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홍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출마하겠다고 했지만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험지 출마’ 압박을 받은 후 양산을로 옮겨 출마하려 했으나 당 공관위는 공천 배제 결정을 내렸다.
경북 영천·청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 된 김장주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도 16일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부지사는 “불공정한 공천에 굴하지 않고, 지역 발전과 보수 혁신이라는 시민과 약속을 지키겠다”며 “시민 후보로 총선에서 승리하면 분홍 잠바를 다시 입고 대한민국 보수를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갑 선거구 공천을 신청했다가 배제된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도 18일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이 전 구청장은 “통합당 김형오 공관위의 막장 공천으로 수성을에서 컷오프 위기에 몰린 (주호영) 후보가 수성갑에 낙하산을 타고 왔고 저는 경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공동 주범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주호영 후보를 수성갑에서 한꺼번에 청산해 버릴 기회”라며 무소속 출마 배경을 밝혔다.
북구을 공천에서 배제된 주성영 전 의원도 17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주 전 의원은 “통합당 공관위는 대구시민과 북구 주민 주권을 무시하고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망상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며 “TK 낙하산 공천의 뿌리를 자를 때가 되었다”고 무소속 출마 배경을 밝혔다.
gd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