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기금의 이유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연금사회주의는 기우”

해외 연기금의 이유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연금사회주의는 기우”

기사승인 2020-04-06 00:02:00

#해외 연기금 상당수가 도입·적용 중인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Stewardship code, 이하 스튜어드십 코드). 이것은 기관투자자가 투자자산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투자활동에 있어 준수해야할 투자책임의 원칙 또는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전 세계 상당수 국가가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의 장점은 무엇일까? 

[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스튜어드십 코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당시 금융위기를 초래한 이유 가운데 기관투자자가 투자기업의 이사회와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높았던 탓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 자본시장에서 책임투자는 주요한 원칙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10년 동안 상당수 국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2017년 기준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홍콩 등 총 20개국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상태다. 앞으로도 도입 국가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스튜어드십 코드는 사실상 전 세계 자본시장의 트렌드로 부상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영국·일본 등 해외 주요 연기금의 상당수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 수탁자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 대표적 주주활동으로는 이사 후보 추천을 비롯해 투자대상회사의 이사회와의 미팅, 배제 리스트(Exclusion List) 작성 및 공개 등이 있다(표 참고).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지 않은 해외 주요 연기금조차 책임투자원칙(PRI)에 가입, 관여활동 등 적극적 소유자로써의 책임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투자정책서(SIP)나 책임투자원칙(RI policy) 공시문서 등에 명시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튜어드십 도입 후 기대효과는 달성됐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영국재무보고위원회(FRC)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주 관여활동의 범위와 양적·질적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투자협회(Investment Association, IA) 조사에서도 자산운용사의 대부분이 회사 반응 등에 있어 높은 만족도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투자자관계협회(Investor Relations Society)의 2015년 설문조사에서도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응답한 기업의 15%가 최고경영진과의 대화 요구가 향상되었다고 답변했고, 투자자가 최고경영진과의 대화 요구도 크게 늘었다고 밝힌 것이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활동이 기업경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는 스튜어드십 코드 이전부터 여럿 존재했다. 관련해 이사회와의 미팅 등 주주활동이 투자수익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ESG 요소에 대한 주주활동은 수익 제고뿐만 아니라 설사 주주활동이 실패할 경우에도 투자 손실을 입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해 일본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수를 포함해 자사주 매입액,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등이 모두 증가했다는 보고도 나왔다. 참고로 ESG 투자는 투자 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한 투자를 말한다. 

◇ 악순환 고리 끊자는 공감대 높아… 연금사회주의 근거 희박

우리나라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배경은 오너리스크 등 기업 ‘스캔들’이 주주가치 하락을 야기했고, 이는 다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손실 확대로 이어지던 악순환과 무관치 않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신뢰도 하락 요소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았다. 도입 이후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기관은 110곳을 상회했다.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기관의 증가와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적극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도입 당시 설왕설래도 적지 않았다. 경영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정부가 기업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이른바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특정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의 논거를 찾기 어렵고, 기우 때문에 제도의 이행을 부정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배구조 개선 및 이른바 ‘나쁜 기업’의 지배구조를 주주권 행사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매우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제 우리사회는 개방되어 있으며, 정부가 정치적으로 특정 기업의 사안에 개입하는 것은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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