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은 그 사회의 불평등을 드러낸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방역에 힘을 쏟아 확진환자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사회 곳곳에는 돈이 없어 마스크를 사지 못하거나 아파도 생계 때문에 쉬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코로나19가 할퀸 세상, 사회적 약자에게 세계는 비정하다. 그리고 약자의 하층부에는 정신질환 당사자가 웅크리고 있다.
[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청도 대남병원을 시작으로 대구 제2미주병원 등 정신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지역을 중심으로 열악한 폐쇄병동에서 24시간을 지내는 정신질환 당사자는 기저질환도 함께 앓고 있다. 이들이 처한 상황이란 코로나19 감염되기 ‘좋을’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정신질환 당사자는 인근 의료기관으로 환자 이송도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진료 모두가 이뤄질만한 시설이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앞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대남병원의 코호트 격리 결정 및 다수의 사망자 및 확진자가 나온 것과 관련, “정신질환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송에 한계가 있었다”며 안타까워했었다.
대남병원과 제2미주병원에 입원했다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들 다수는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됐다. 센터에 음압병실과 음압병동이 갖춰져 있어 치료가 수월했지만, 이영문(사진)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이 센터장은 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전국 국립정신병원마다 음압병동을 하나씩 구비하면 총 100명의 정신질환 감염자의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야말로 정신질환 당사자의 집단감염과 광범위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조치라고 믿는다. 현재 보건복지부 내부적으로 이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코로나19, 사회적 약자에게 이중부담 지워… 사회적 약자 보듬어야
- 센터에 온 청도 대남병원 환자들의 상태는 어떤가.
(이영문 센터장) “대남병원으로부터 온 환자 65명 중 63명이 음성으로 전환돼 현재는 국립부곡병원으로 이송됐다. 남은 2명과 대구 제2미주병원에서 온 14명 등 총 16명이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특히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했다.
“청도 대남병원의 사례를 보면, 환자들의 연령층이 대체로 높았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한 장기입원 환자들이 많았다. 어림잡아 평균 4~5년 정도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첫 사망자는 20년 가량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의료급여 대상자로, 국가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았다. 또 장기입원에 따라 오랫동안 약을 복용해왔기 때문에 면역력도 떨어져 있었다.”
- 폐쇄병동의 시설도 집단감염에 취약한 구조로 지적됐다.
“대남병원과 제2미주병원의 정신질환 당사자의 병실은 일반 종합병원보다 느슨하게 관리됐던 것으로 보인다. 병상간 간격이 1.5미터가 안될 정도로 좁은 공간에 많은 환자들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한, 두 환자가 감기에 걸리면 삽시간에 퍼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폐쇄병동은 생활방역이 불가능한 구조로, 요양병원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 고령, 기저질환, 가족의 지지가 없는 등 사실상 정신병원에 ‘방치’된 환자들도 많았다.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야 한다. 정신과 환자들의 의료급여는 내과 환자의 70% 가량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소위 ‘박리다매’로 환자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과 병실 환경이 방역이 될 수 있도록 거리도 넓히고 장기입원을 막는 등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 이들이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퇴원 후 딱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일 텐데.
“현 상태로 정신질환 당사자를 놓아두면 안 된다. 그룹홈과 커뮤니티케어 등 당사자가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자 한 명을 돌보는데 150~200만 원 정도가 든다. 이 비용을 지역사회에 머물 시설로 돌려 환자들을 보듬어야 한다. 집단 수용식이 아닌, 소규모 그룹홈에서의 돌봄이 더 효과적이다. 코로나19처럼 향후 또 다른 감염병이 유행할 때, 하나의 시설에 100명이 있는 것과 10개의 시설에서 10명씩 거주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방역에 더 효과적이겠나.”
- 코로나19 이후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정신질환 당사자의 보호를 위한 어떤 대책을 간구하고 있나.
“음압병실을 보유한 국립병원이 이번 사태에서 역할이 컸다. 적어도 전국의 국립정신병원에 ‘음압병동’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음압병동 한 유닛을 만들려면 40~50억 원이 소요된다. 전국 5개 국립병원에 200억 원 가량을 들여 음압병동을 조성하려면 200억 원이 필요하다. 시설이 구축되면 향후 또 다른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한 번에 케어 가능한 정신질환 당사자는 100명 이상이다. 추경 예산에 이를 반영하려는 논의가 복지부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정신질환 당사자는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
이 센터장은 사회적 약자일수록 감염병에 더욱 취약하다고 본다. 그들이 처한 팍팍한 삶에 감염병은 이중고로 작용한다. 이 센터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이 마련돼야 안타까운 희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한 치료. 그것은 공공의료의 존재이유이자, 국가의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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