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여교사방’도 있었다는데” 온라인 개학 무서운 교사들

“텔레그램 ‘여교사방’도 있었다는데” 온라인 개학 무서운 교사들

기사승인 2020-04-09 05:26:00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교사들이 초상권 침해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성착취물이 제작, 유포된 텔레그램 ‘n번방’ 중 현직 교사 사진을 합성하고 능욕하는 ‘여교사방’이 운영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터라 불안감이 크다. 

9일부터 중·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실시된다. 중·고등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은 오는 16일부터,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1~3학년은 오는 20일부터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다. 교사들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선정, 테스트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수업 운영 계획을 안내하는 등 업무 과부하 상태다. 

이런 와중에도 교원들은 초상권 침해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충북 청주 한 학교를 방문해 원격 수업 시범을 보였다. 그 전날에는 전국 17개 시도의 학교별 대표 교사와 교육부·교육청 등 유관 기관 관계자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1만 커뮤니티’ 발대식을 가졌다. 모두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 방식을 통해서였다.

실시간 화상수업 방식은 교사에게는 곧 자신의 얼굴이 언제든지 캡처될 수 있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평소에도 메신저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을 비롯해 SNS에 신상노출을 극도로 조심해 온 교사들은 특히 걱정이 많다. 얼굴이 박제돼 불특정 다수에게 ‘얼평’(얼굴평가) 당할 수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 ‘딥페이크’(Deep Fake·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이나 사진에 합성한 편집물)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n번방에서는 이미 현직 교사들의 SNS 사진을 이용해 신상 공개와 음란물 합성·유포가 자행됐다. ‘여교사방’은 ‘지인능욕방’ 중 하나였다. 5000원, 1만원 등 소액결제가 주로 이뤄진 이 방은 특히 10대 참가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성범죄자들은 디스코드, 페이스북 등 다른 메신저로 넘어가 여전히 음란물을 주고받고 있다. ‘제 2의 여교사방’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 임모(29·여)씨는 “n번방 사건으로 화상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스트레스가 높다. 농담처럼 가면 쓰고 수업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선생님 얼굴 캡처도 문제지만 같은 반 친구 얼굴을 합성, 유포할 경우 학교폭력으로 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온라인 예절 교육을 실시 중이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고 털어놨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 6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교사들의 초상권 및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방지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전국초등교사노조는 “이미 시범 수업 학교 교사 얼굴을 캡쳐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오픈 채팅방에 올린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캡처 후 딥페이크를 이용한 음란물을 만드는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명확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교사 얼굴이 나오지 않는 사전 녹화 영상이나 과제 수행형 방식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교육부도 다양한 수업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현장의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육청 장학사 의견, 학교장 입장이라며 ‘윗선’에서 실시간 화상수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산교사노동조합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과 특성이나 교사 자율성을 존중해 교사가 필요하고 적절한 수업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학생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교사 얼굴을 공개하라고 압력을 넣는 관리자가 있다. 교사 초상권이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교육부가) 그런 행태를 지양할 것을 관리자들에게 안내해 달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 영상자료 악용 발생시 엄정 대응한다는 사후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육 활동 침해가 발생할 경우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퇴학까지도 내려질 수 있다”며 피해 교원에게는 정신적 충격에 따른 심리상담, 병원비 지원, 법률 지원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화상수업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에 특정 수업 방식만 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게 다양한 방식의 수업이 진행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개학 초기라 학교 측이 학부모들에게 홍보하는 의미에서 실시간 화상수업을 강조하는 것 같다. 진도가 나가다 보면 수업 방식이 다양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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