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속타는 암환자... "치료부담 언제까지"

코로나19 장기화에 속타는 암환자... "치료부담 언제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암질환심의위원회 이달 29일로 연기

기사승인 2020-04-22 03: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항암제 급여화를 기다리는 암환자들의 상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재차 연장되면서 항암제 급여화를 논의하는 암질환심의위원회도 수개월째 늦춰졌기 때문이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암질환심의위원회를 지난 2월부터 두 차례 연기했다. 당초 2월 26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달 8일로 연기했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달 29일로 또 다시 미뤘다. 여러 번 미뤄진 탓에 이번 암질환심의원회 개최 여부에 암환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를 기다리는 항암제는 자이티가(전립선암), 레블리미드(다발골수종)와 면역항암제 바벤시오(피부암), 키트루다(폐암), 옵디보(폐암) 등이 있다. 항암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여부를 심의하는 암질환심의위원회가 계속 미뤄지면서 비싼 약값 부담에 지친 일부 환자들은 치료 중단 위기에 처했다. 암과의 싸움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 투병중인 A씨(65세)는 쿠키뉴스에 “자이티가 치료를 시작한지 약 4개월이 됐다. 지금은 상태가 호전돼 가게를 운영하면서 한 달에 1번씩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며 “하지만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에서 2년째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에 언제까지 비용부담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자이티가(아비라테론)는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에 권고하는 치료옵션 중 유일하게 국내에 허가된 치료제다. 고위험군 4기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자이티가 병용요법을 쓰면 생존기간을 17개월 연장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다. 한 달 치료비 약 120만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다발골수종으로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후 유지요법 치료를 이어가던 B씨(45세)도 최근 치료비 부담으로 유지요법을 중단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와 아내가 눈에 밟혔지만 한 달 약값 250만 원을 부담하기에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뼈를 침윤하고 면역장애, 신장장애 등을 일으키는 혈액암이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후에 재발위험이 높아 재발을 늦추는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 치료를 받게 된다. 유지요법의 경우 위약군 대비 사망위험률을 25%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높다. 

백민환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장은 “지난번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유지요법 급여화가 탈락한 이후로 환자들이 많이 실망했었다. 올해 심의위를 기다렸는데 코로나로 연기되면서 걱정도 많았다”며 “한 달 250만 원 약값은 일반 환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번에는 꼭 급여화가 되어서 많은 환자들이 재발 위험에서 벗어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달숙 전립선암환우건강증진협회장도 “코로나19로 사회적거리두기 중요성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생명이 위급한 암환자들에게 필요한 사안을 논의하는 회의가 미뤄지고 있어 안타깝다. 암 진단을 받았다면 지체없이 치료를 시작하고 싶은 것은 모든 환자들의 마음이다”라며 “눈앞에 치료제를 두고 보험급여 되기만을 기다리며 진단이나 치료를 미뤄야 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오는 29일 암질환심의위원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우선 이달 29일 열리는 것으로 예정됐다. 서울사무소와 원주는 영상회의가 가능해 관련 준비 중이다"라며 "다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추후 변경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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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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