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망자 38명…40명 숨진 2008년 사고와 ‘판박이’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망자 38명…40명 숨진 2008년 사고와 ‘판박이’

기사승인 2020-04-30 10:17:39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경기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38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 규모를 키운 지난 2008년 이천 냉동 창고 화재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사망자 40명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29일 발생한 화재로 30일 오전 7시 기준, 사망 38명·중경상 10명등 총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현장 내 인명 수색 작업은 이날 오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상자를 포함해 전날 출근한 현장 작업 인원 78명의 소재 파악을 모두 마쳤다고 전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감식을 가질 예정이다. 

인명피해 규모에 변동이 없을 경우 이번 화재는 지난 2018년 1월 밀양 세종병원 이후 최악의 참사가 된다.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전기배선 문제로 불이 나 47명이 사망하고 112명이 부상당하는 등 총 15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에 불이 난 물류창고 건물은 연면적 1만여㎡ 규모의 지상 4층, 지하 2층 건물이다. 소방당국은 지상 2층에서 18명, 지상 1·3·4층과 지하 1·2층에서 각 4명의 희생자를 수습했다. 아직 정확한 화재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근로자 진술 등을 토대로 지하 2층에서 이뤄졌던 우레탄 작업이 주된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날 서승현 이천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을 통해 “우레탄 작업을 하면 유증기가 발생하는데 이게 화원에 의해 폭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샌드위치 패널로 된 건물 외벽이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제 안에 스치로폼이 샌드위치처럼 들어있는 형태를 일컫는다. 비용이 저렴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 불이 나면 철제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스치로폼이 녹아내리며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유독가스를 들이마시면 눈을 뜰 수 없고 의식을 잃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현장을 가까스로 탈출한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유독가스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지난 2008년 이천 냉동 창고 화재에서도 우레탄폼 발포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용접 작업 도중 생긴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샌드위치 패널로 순식간에 빠르게 번졌고 현장에 있던 57명 중 40명이 숨졌다. 많은 희생자들이 유독가스로 현장을 탈출하지 못해 사망했다. 

전문가는 현장에서 화재 방지책이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스티로폼과 우레탄이 나쁜 점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 밖에 없고 비용도 절감되고 단열성이 좋다"면서 "특히 창고에 보관 물품을 정상적으로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단열성이 급선무다. 그러다보니 위험에도 불구하고 벽돌과 콘크리트로 짓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국가에서도 위험성을 인식하고 제도를 많이 정비했다"면서 "용접 작업을 할 때는 작업자 중심 반경 10m 이내에는 가연물이 없게 해야 한다는 등 아주 다양한 안전 관리 법 규정이 마련돼있었는데 이번 사고에서는 과연 그런 것들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아닌지 이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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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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