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보내는 ‘연휴의 시간’②] 넷플릭스·왓챠플레이

[집에서 보내는 ‘연휴의 시간’②] 넷플릭스·왓챠플레이

[집에서 보내는 ‘연휴의 시간’②] 넷플릭스·왓챠플레이

기사승인 2020-05-01 07: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짧아도 4일, 길면 6일까지 이어지는 연휴의 시간. 이불 밖은 위험하고 TV도 재미없다.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에 접속해 하염없이 목차만 뒤적이다 잠에 드는 당신을 위한 추천 작품들. 

■ 그리고 베를린에서 / 넷플릭스

유대인에게 독일은 어떤 의미일까. 대학살의 피해자인 유대인이 가해국 독일을 찾아간다면, 그건 무엇을 위해서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Unorthodox)는 미국 뉴욕 윌리엄스버그에 살던 19세 여성 에스티(시라 하스)가 보금자리를 떠나 독일 베를린으로 향하는 탈출기를 보여준다. 자유의 도시 뉴욕에서 탈출이라니. 에스티는 하시디즘(유대교 신앙 중 하나) 공동체에서 개인의 욕망과 이상을 억압당한 채 살아간다. 이 세계의 여성들은 교육을 받을 수도, 경제 활동을 할 수도 없다. 이들에겐 출산이 유일하면서도 가장 숭고한 행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로 사망한 600만 명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을 사명으로 받들어서다. 17세에 중매로 결혼한 에스티는 자신의 이런 운명에 자주 질식감을 느낀다. 그에게 유대인 여성의 의무를 거부하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정체화하는 것은 출산을 기대하는 남편 혹은 출산을 강요하는 시모에 맞서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 나아가 그 세계를 지배하는 신에게 대항하는 일이다. 에스티가 베를린으로 떠나기로 결정한 건 신이 자신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 접한 인터넷 검색 엔진에 가장 먼저 적은 질문도 ‘신은 존재합니까?’였다. 에스티가 마침내 웃는 얼굴로 베를린의 거리를 걸을 때, 시청자는 그의 정체성이 유대인이라는 민족성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 데보라 펠드먼의 회고록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으로, 베를린에서 자립하기 위해 분투하는 에스티와 그를 찾아 베를린으로 온 남편 일행의 추적, 에스티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이 병렬로 배치돼 흡인력을 높인다. 뉴욕의 하시디즘 공동체를 탈출한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홀로 걷다’(One Of Us)를 감상하길 권한다.

■ 산호초를 따라서 / 넷플릭스 및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해양 생태계의 근원, 산호초. 이론대로라면 산호는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살 수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바다의 수온이 높아지고 산소가 부족해지면 산호는 화려한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하다가 결국 죽는다. 이것은 더디게 다가오는 미래가 아니다. 세계 최대 산호초로 유명한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2016년과 2017년 대규모 백화현상으로 산호초 3분의 2가 손상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로 30년이 더 지나면 산호초가 멸종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문자들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넷플릭스로 달려가 ‘산호초를 따라서’(Chasing Coral·감독 제프 올롭스키)를 확인하시라. 2017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진은 미국 하와이, 호주 그레이트베리어리프 등지에서 3년간 500시간 이상의 수중촬영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산호를 따라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산호 군락의 죽음을 체감하게 만들고, 그것이 해양 생태계에 나아가 인간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경고한다. 신비로운 빛을 뽐내던 산호초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황폐하게 변하는지를,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준다. 특히 카메라가 산호 광인 카메라 기술자 잭 라고의 시선으로 옮겨지면서부터 영화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묘지가 된 산호초에 괴로워하는 잭 라고의 모습은 ‘해양 생태계의 파괴는 인간 사회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인간 중심적인 경고와 맞먹는, 혹은 그 이상의 힘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넷플릭스 유료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넷플릭스의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 이어즈 & 이어즈 / 왓챠플레이

2019년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 TV 토론회에 나온 한 여성 기업인이 방청객에게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관한 질문을 받곤 태연한 얼굴로 답한다. “저는 신경 조또 안 써요.”(I don’t give a fuck) 그의 이름 ‘비비안 룩’(엠마 톰슨)은 20초 만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다. 그렇다. 비비안 룩은 타고난 ‘어그로꾼’이자 극우 포퓰리스트다. 그는 사성당을 창당해 정계에 나선다. 비슷한 시기, 첫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인공섬 훙사다오에 핵폭탄을 쏜다. 혼란에 빠진 세계. 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파산한 이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비비안 룩은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연달아 승리한 데 이어 마침내 영국 총리 자리에까지 오른다. 세계는 빠르게 막장으로 치닫는다. ‘이어즈 & 이어즈’(Years & Years)는 2019년부터 2034년까지의 가까운 미래를 그린 SF 블랙코미디로, 영국의 대표적인 미니시리즈 ‘닥터 후’의 러셀 T. 데이비스가 각본을 썼다. 미래의 15년, 영국 맨체스터에 사는 스티븐(로리 키니어)·이디스(제시카 하인스)·대니얼(러셀 토비)·로지(루스 매들리) 네 남매와 그들의 자녀·배우자는 정치의 붕괴를 뼈저리게 체험한다. 동성애·난민·환경·전쟁 등 온갖 문제들이 여기에서 뻥! 저기에서 뻥! 터지고, 이 문제가 저 문제를, 저 문제가 그 문제를 야기하며 가족의 일상을 깊은 암울함 속으로 끌어내린다. 코로나19가 지구를 휩쓴 지난 몇 달간, 우린 가장 어두운 미래를 봤다. 자, 이제 현실 세계에 질문할 차례다. ‘이어즈 & 이어즈’로부터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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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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