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살, 아이유의 이 지금

스물여덟 살, 아이유의 이 지금

스물여덟 살, 아이유의 이 지금

기사승인 2020-05-08 21:28:48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그래서, 너는 지금 행복하니?’ 가수 아이유는 스물여덟 살의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지난 6일 오후 6시 발매한 신곡 ‘에잇’의 첫 가사(“So are you happy now?”)다. 같은 날 공개한 이 노래 뮤직비디오에서 아이유는 소중한 기억을 잃어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된 인물을 연기한다. 기계의 힘을 빌려 기억을 더듬는 그의 얼굴에선 한줄기 눈물이 흐른다. 어떤 기억이 그리도 간절하기에. 노래는 소중한 이와 “오렌지 태양 아래 그림자 없이 함께 춤을” 추고 “정해진 이별 따위는 없”는 곳으로 아이유를 데려간다.

‘에잇’은 아이유가 2015년 발표한 ‘스물셋’과 2017년 낸 ‘팔레트’를 잇는 나이 시리즈다. 아이유가 ‘스물셋’에서 대중이 소비하는 자신과 실제 자신 사이 괴리를 보여줬다면, ‘팔레트’에 이르러서는 “난 정말 괜찮아(I’m truly fine) / 이젠 좀 알 것 같아 날”이라며 자신을 긍정한다. 아이유는 스물여덟 살의 자신을 어떻게 감각하고 있을까. 그는 말했다. “나의 스물여덟은 반복되는 무력감과 무기력함, 그리고 ‘우리’가 슬프지 않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던 ‘오렌지 섬’에 대한 그리움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아이유는 ‘에잇’을 만들기 위해 자신과 동갑내기인 아이돌 스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다.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두 사람은 또래 뮤지션으로서 공감대를 토대로 의견을 나누며 자신들만의 시너지를 음악에 녹여냈다. 슈가는 최근 네이버 브이라이브에서 “비트를 써서 보내니 멜로디가 훅 왔다”고 작업 후일담을 전했다. 아이유 역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영상에서 “최근에 작업했던 어떤 곡보다 캐주얼한(편한) 작업이었다”라며 “멜로디도 쉽게 나왔고 가사도 머리를 많이 안 쓰고 완성했다”고 털어놨다.

‘밤편지’, ‘삐삐’ ‘러브 포엠’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고 부른 아이유와 그룹 활동은 물론 가수 수란, 헤이즈의 프로듀서로도 활약 중인 슈가. 두 ‘음악 천재’의 만남에 대중은 열광했다. ‘에잇’은 발매 직후 국내 주요 온라인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서 정상을 휩쓸었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선 노래 공개 직후 24시간 동안 무려 134만7822명이 ‘에잇’을 들었다. 해외 반응도 뜨겁다. ‘에잇’은 전 세계 59개 국가 및 지역의 아이튠스 톱 송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청량한 멜로디와 달리, ‘에잇’의 가사와 뮤직비디오는 떠나간 혹은 잃어버린 이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흔히 청춘을 찬미하는 데 쓰였던 ‘포레버 영’(Forever young)이란 구절은 이 곡에서 기억 속 멎어있는 시간 안의 누군가를 가리키는 표현이 된다. 해석은 청자의 자유지만, ‘에잇’을 들으며 지난해 세상을 떠난 두 여성 연예인을 떠올리지 않기란 어렵다. 아이유는 이 곡에서 “아름다웠던 그 기억에서 만나”자고, “난 영원히 널 이 기억에서 만나”고 있다고 노래한다. 떠나간 이는 기억에서밖에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그 기억을 잃지 않는 한, 기억 속에서 떠나간 이와 영원히 머무를 수도 있다. 

아이유는 음반 표지에 숫자 ‘8’을 가로로 뉘어 무한을 상징하는 ‘∞’ 자를 만들었다. “‘우리’가 슬프지 않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던 ‘오렌지 섬’”은 영원할 수 없지만 ‘오렌지 섬’에서의 기억은 8이라는 궤도 안에서 무한하게 이어진다. 뮤직비디오에서 기억을 되찾은 아이유는 희미하게 미소짓는다. ‘에잇’이 슬픔과 그리움을 넘어 위로가로 불릴 수 있는 이유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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