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 95%를 좌우하는 돼지고기 가격…이유는?

5%가 95%를 좌우하는 돼지고기 가격…이유는?

기사승인 2020-05-13 03:00:00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체 돼지고기의 5% 남짓한 물량이 전체 가격을 결정하면서 도매 가격이 급변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로 인한 도축물량 감소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가정 내 소비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도 가격 책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돼지고기 도매 가격은 당일 도매시장에 상장된 물량과 가격으로 전체 가격이 결정된다. 문제는 도매시장에 상장되는 돼지고기 물량이 전체의 5.9%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94%의 물량은 농가와 육가공업체간의 직거래로 이뤄진다. 이 94% 물량은 육가공업체를 통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일반 음식점 등으로 유통된다. 

실제로 지난 2000년 27.3%였던 돼지 도매시장 상장물량은 2010년 11.7%로 줄었다. 해당 물량은 매년 줄어 지난해 6%대가 무너졌다. 전체의 6%가 나머지 94%의 가격을 결정하는 셈이다. 

또한 각 도매시장별 상장 물량도 차이가 극심해 가격 편차를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전국 도매시장에 상장된 전체 두수(제주제외)는 2284두였다. 이 중 가장 많은 두수를 상장한 영남의 한 도매시장은 566두였으며, 가장 적은 곳은 호남의 한 곳으로 23두에 불과했다. 

4월 한 달 기준으로도 평균 가격과 사육 두수 차이는 컸다. 도매시장 일평균 가격 중 가장 낮았던 가격은 ㎏ 당 3638원으로 가장 높았던 4983원과 36.9%나 차이났다. 사육 두수도 최저 1537두와 3277두로 두 배 이상 간격이 벌어졌다.

문제는 이같은 가격 변화가 유동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소비자가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도매시장에 상장되는 두수가 적어 가격의 대표성을 띄기 어려운 데다 변동폭이 커 시장 수급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 도매가는 292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줄었지만, 소비자 가격은 2% 내리는데 그쳤다. 반면 4월 마지막주 평균 가격은 4845원으로 1월 대비 65% 껑충 올랐지만, 소비자 가격은 20118원으로 19% 인상됐다. 

관련업계에서는 ASF로 인한 이동제한과 소비감소,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전지·후지 등 재고가 늘어나는 등의 변수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육류유통업계 관계자는 “상장 물량에 따라 (도매)가격이 하루아침에 널을 뛰는 경우도 빈번하다”면서 “최근에는 ASF와 코로나19 등 여러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등락이 큰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의 5% 남짓한 물량이 나머지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도매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기존 방식을 개선하거나 아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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