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었다. “언제든 폭발적 유행이 가능하다”는 방역당국 경고에도 다중이용시설을 찾은 젊은 세대들의 무책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일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 누적 확진자 숫자는 102명이다. 지역별로 서울 64명, 경기 23명, 인천 7명, 충북 5명, 부산 1명, 제주 1명이다. 서울의 경우 관내 최대 집단감염 사태인 구로구 콜센터 관련(98명)에 이어 2번째 규모다.
이태원 발(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속 거리두기’로 돌아가려던 방역 시계는 과거로 회귀하게 됐다. 당초 오는 13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고3 등교수업은 일주일 연기됐다. 다른 학년의 등교 일정도 순연됐다. 고2·중3·초1~2·유치원생은 오는 27일, 고1·중2·초3~4학년은 내달 3일, 중1과 초5~6학년은 내달 8일 등교하게 된다.
대학가도 타격을 입었다. 대면 수업을 계획했던 대학가에서는 줄줄이 온라인 강의를 재개했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측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대면 강의를 시작할 예정이었던 대학 38개 중 29개 학교가 이를 취소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자 비난의 화살은 젊은 세대로 향했다. 젊은층의 코로나19 불감증에서 사태가 비롯됐다는 인식이다. 특히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해 돌봄 공백을 호소해 온 학부모들의 분노가 크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40·여)씨는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 대거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먼저 화부터 났다”며 “젊은 사람들이 자기네 즐겁자고 한 행동 때문에 왜 애꿎은 학부모들만 더 고통받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초등학교 1학년 자녀의 온라인 학습을 봐주느라 고생하는 친정 어머니가 그저 미안하고 안쓰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0일 인천 한 아파트에는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주민을 겨냥한 대자보가 붙었다. 이 아파트에 사는 20대 남성이 연휴 기간 이태원 클럽에 갔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대자보에는 붉은 글씨로 “어린아이 중고등학생들도 밖에 못 나가고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는데 이태원 업소 가서 날라리처럼 춤추고 확진자 돼서 좋겠다”고 적혔다.
코로나19가 ‘운’에 의해 감염된다는 인식이 젊은층에서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서울연구원과 함께 지난달 30일~지난 1일 ‘서울시민 인식조사’(813명 대상)를 실시해 1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내가 감염되냐 마냐는 어느 정도 운이다’라고 답한 이가 20대는 53.9%, 30대는 62.4%였다. 40대는 42.8%, 50대는 43.8%, 60대는 38.3%로 집계됐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대학생 정모(24)씨는 “이태원 클럽 사태를 보고 ‘올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젊은층 사이에서는 설마 내가 걸리겠어라는 생각이 만연한 것 같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는 친구들은 일부다. 평소에도 다들 마스크만 끼고 각종 모임에는 다 나가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이태원을 방문한 확진자에 대한 분노는 치료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번졌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유흥업소 출입으로 인한 확진자 치료비는 자가부담하고 처벌해달라', '코로나19 치료비 지원 예외도 있었으면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주일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나이로 한 집단에 속한 이들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젊은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강하다”며 “정부, 사회 등 외부에서 제시한 지침으로 내 행동이 제한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누군가를 비판하고 책임을 지우기 보다는 이번 사태를 방역 대책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공원, 야외 산책 등 눈에 보이는 활동만 엄격히 제한하고 정작 제일 위험한 클럽이나 유흥시설 이용 단속은 소홀히 한게 아닌지 세심히 살피고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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