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시가 유흥시설을 상대로 ‘집합금지 행정명령’(이하 집합금지명령)을 내리면서 노래방, PC방,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 종사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집합금지명령이 이들 업종으로 확대될 수도 있어서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4일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29명 증가(해외유입 3명, 지역발생 26명)한 1만991명이라고 밝혔다. 지역발생 26명 중 클럽 집단 발생 관련 확진자는 20명이다. 이로써 이날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총 누적 환자는 133명으로 확인됐다.
이태원발 코로나19 여파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에서는 지난 9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학원강사를 통해 학생, 학부모, 학생의 친구까지 양성 판정을 받는 3차 감염 사례가 나왔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인천 학원강사 A씨(25)로부터 시작돼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14명에 달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자 상당수가 무증상이었고, 바이러스배출 시기가 무증상 시기에 활발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클럽 방문자들이 활동 반경이 넓고 사회 활동이 활발한 젊은층인 것도 감염 규모를 키웠다.
확진자가 대거 나오자 시는 지난 9일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룸살롱 등 유흥시설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영업금지와도 같은 조치다.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문제는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동선에 PC방, 노래방, 헬스장 등 고위험 업소가 다수 포함 됐다는 점이다. 동작구에서는 지난 10일 이태원 집단 감염자인 32번 확진자가 다녀간 헬스장 시설 이용자가 2차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다.
다중이용시설 종사자들은 자칫 집합금지명령이 이들 업종까지 확대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월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노래방,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을 상대로 영업금지 행정명령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조모(47)씨는 “노래방에도 집합금지명령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피해가 아직 회복이 안됐다. 정부에서 내린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느라 지금도 충분히 힘들다”고 말했다.
PC방 업주 김은덕(46)씨는 “지난달 27일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한숨 돌리나 했는데 이태원에서 감염자가 대규모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이 터졌다”면서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오면 문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 방역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PC방이나 노래방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우택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서울시지부 서대문지회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카페나 식당이 오히려 PC방보다 더 위험한 것 아닌가”라며 “PC방은 회원들이 주로 와서 이용하기 때문에 이름이나 연락처가 허위일 수 없다. PC방은 유흥업소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임우길 사단 노래연습장협회 관계자는 “노래연습장은 임대료와 시설관리비 등 유지비가 많이 든다. 시에서 집합금지명령을 내린다면 업주 입장에서는 그냥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국가에서 일정 수준의 지원이 없다면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협회 입장”이라고 했다.
시는 일단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방역 지침을 위반할 시, 방역수칙 이행명령, 집합금지명령 등 행정명령과 고발 등 단계적으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는 유흥시설 외 다른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명령 확대 계획은 없다.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면서도 “(이들 업소에서) 2차, 3차 감염자가 발생할 시에는 (집합금지명령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