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미중 무역분쟁과 돌발변수로 급부상한 코로나19(이하 코로나)에 중후장대(정유‧화학‧철강‧조선 등) 업종이 1분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부터 무역갈등 여파와 원자잿값 상승 등 업황 악화로 고난의 시기를 겪어왔던 업계에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축은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이다.
특히 국가 기간산업인 정유업종의 타격이 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에만 4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손실 1조7752억원, 순손실 1조552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전환했다. 이는 창사 58년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업계 2위 GS칼텍스 역시 1분기 1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조153억원이다. 회사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적자다.
에쓰오일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1분기 영업손실만 1조73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만 8806억원이다. 같은 기간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손실 5632억원, 순손실 4622억원을 기록했다.
4개사의 1분기 영업적자는 총 4조3775억원이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익이 3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만에 지난해 모두 번돈에 1조원 이상의 추가손실을 본 셈이다.
이러한 어닝쇼크(Earning Shock)급 실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미중 무역갈등에 코로나 여파로 정제마진(정유사의 핵심 수익지표)이 악화된 가운데 거대산유국의 증산경쟁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분기 전망도 어둡다. 정제마진은 지난 3월 셋째 주부터 지난 8일까지 배럴당 마이너스 3.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이 4~5달러인 상황에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실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2분기 유가도 바닥을 치고 있는 이상 추가적인 재고평가손실도 점쳐진다.
화학업계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통 화학사 롯데케미칼은 1분기 영업손실 86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익은 2012년 2분기 이후 31분기만에 적자 전환했다.
사업부문별로는 수요약세에 큰 영향을 받는 기초소재사업 부문의 524억원의 영업손실과 인도네시아 법인인 롯데케미칼타이탄의 695억원 영업손실이 실적악화의 주요 원인이 됐다.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은 1분기 24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과 코로나 여파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1분기 코로나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면서 “2분기부터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 여파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산업의 쌀’ 철강을 생산하는 철강업계 역시 1분기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맏형격인 포스코는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4% 줄어든 705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44.2% 감소한 4347억원에 그쳤다. 업계 2위 현대제철은 1분기 2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투톱인 양사의 부진한 실적은 코로나의 글로벌 확산으로 자동차와 건설 등 전방산업이 침체하면서 철강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에 따른 실적 타격은 2분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에 따라 자동차와 건설 등 국내외 수요 산업의 불황으로 철강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라며 “제품 가격도 동시에 하락하는 등 세계 경기 위축으로 인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선방한 조선업계(현대중공업 그룹‧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좋은 실적을 거뒀음에도 올해 글로벌 선주사들이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 탓에 선박 발주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 영업이익 2790억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익이 39.8% 늘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24.2% 상승한 2425억원이다.
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도 1분기 1217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1.7% 증가한 수치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4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경상 영업이익은 직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선방한 실적과 별개로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실적이 1~2년 후에 매출로 반영되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수주 감소 여파가 향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수주상황이 여전히 어렵다”며 “일감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인 2차전지 업계도 1분기 주춤한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로 인한 가동 중지 영향과 수요 약세로 판매가 감소한 결과다.
업계 1위 LG화학은 1분기 2차전지 부문에서 5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부문에서 1분기 10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양사 모두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적자 폭은 축소했다.
소형배터리 시장의 강자인 삼성SDI는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거뒀다. 회사는 1분기 540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다. 다만 코로나 여파로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6% 감소했다.
2분기 전망도 흐리다. 소형배터리(스마트폰‧전동공구‧노트북‧태블릿 PC 등에 쓰이는 전지) 부문에서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 소형배터리 역시 코로나 여파로 인한 전방 사업(IT 장비‧무선 가전) 수요 약화가 부정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코로나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수익성 개선과 비용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 방어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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