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IP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에서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수천여개를 배포한 혐의를 받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에 대한 미국 송환 관련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19일 오전 10시 손씨 범죄인 인도 심사청구와 관련된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손씨 측은 미국이 아닌 국내에서 처벌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손씨 변호인은 “범죄인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웰컴투비디오는) 국내에 서버를 뒀다. 범행 자체도 국내에서 이뤄졌다”면서 “대한민국에 범죄수익은닉 처벌 규정이 있는데도 미국으로 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심문기일에 손씨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부친이 출석했다. 손씨 부친은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죄는 위중하지만 저쪽(미국)으로 보낸다는 것이 불쌍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손씨 부친의 발언은 ‘셀프 고발’이 결국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손씨 부친은 지난 11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아들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아들이 자신의 개인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수익금을 거래, 은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손씨가 할머니 병원비를 범죄수익으로 지급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이를 두고 형량이 더 무거운 미국에서 재판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은 자금세탁 혐의에 대한 처벌이 한국보다 무겁다. 미국에서는 자금세탁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규모가 50만 달러 이상이면 최대 징역 20년, 50만 달러 미만이면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게 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손씨 부친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들이 음식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에서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면서 “강도, 살인, 강간미수 등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아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 범죄의 심각성을 몰랐을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법조계는 부친의 고발이 의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성우린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손씨 아버지는 범죄인 인도법 제7조(절대적 인도거절 사유) 2항 ‘인도범죄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係屬)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 대상이 되기 위해 고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이 조항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재판이 시작돼야 한다. 즉 검찰의 기소 여부가 관건”이라고 했다.
성 변호사는 “드물지만 검찰에서 특정 의도가 짙다고 판단한 사건을 각하하기도 한다”면서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형량이 높은 미국에서 재판을 받지 않겠다는 목적이 분명하다. 검찰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근우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고발만으로는 송환을 막기 어렵다. 재판까지 가야 범죄인 인도 거절 사유가 된다. 그렇지만 손씨와 부친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보는 것”이라며 “법무부와 법원은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어 (손씨 송환을 두고) 고민이 깊을 것 같다. 국민 정서와는 별개로 자국민이 국내에서 저지른 사건에 대한 재판을 타국에서 받는 게 타당한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약 2년 8개월간 다크웹을 운영하면서 4000여명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공하고 대가로 4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한국에서 성착취물 배포 등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만기 출소 예정이었으나 다시 구속된 상태다. 법무부가 미국 연방법무부의 손씨 범죄인인도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손씨는 미국 연방대배심에서도 지난 2018년 아동음란물배포 등 9개 혐의로 기소됐다.
범죄인 인도법에 따르면 범죄인이 구속된 날부터 2개월 안에 인도허가, 거절, 각하 중 하나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손씨에 대한 다음 신문기일은 내달 1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재판부는 “해당 기일에는 손씨 본인을 소환해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면서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내달 16일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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