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선방 K-방역, '혈액질환 치료' 기준도 세웠다

코로나19 선방 K-방역, '혈액질환 치료' 기준도 세웠다

기사승인 2020-05-21 13:13:14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코로나19에 선방한  K-방역은 '중증 혈액질환 치료'에서도 돋보였다.  코로나19 사태에 세계 각국이 중증 혈액질환 치료를 제한했던 것과 달리 국내 의료진들은 환자 치료와 코로나19방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치료 및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면역기능이 고도로 저하되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혈액질환 환자들을 코로나19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하면서 항암요법, 면역억제요법, 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정상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코로나19 대응전략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혈액분야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국내 병의원들은 코로나-19의 병원 내 발생 및 확산 차단을 위해 선제적인 다양한 조치를 취해 왔다. 특히, 3월부터 국내 코로나-19 환자수가 급증하며 병원 내 확산 위기감이 고조되자 국내외 주요 대학병원들은 불요 불급한 진료를 최소화하기 위한 초진환자 진료와 수술 제한, 역학적 위험지역 환자 비대면 진료 등 고강도 병원 내 확산 억제 정책을 취해 왔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3, 4월에는 유럽조혈모세포이식학회도 혈액암의 항암치료나 조혈모세포이식이 급하지 않다면 가능한 연기를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했고, 미국 내 상당수 병원들도 항암요법과 조혈모세포이식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중증 혈액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당장 치료가 중단되거나 연기될 경우, 돌이킬 수 없이 질병이 악화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 약 1만 5000명의 각종 혈액질환 환자를 관리하며 매달 9000명 이상의 외래환자, 50건 이상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혈액병원이 정상적인 진료를 제한할 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기 때문에 서울성모병원은 혈액질환 환자의 진료를 축소하는 대신 선제적인 코로나-19 차단 전략을 수립하게 되었고, 이 결과 중증 혈액질환 환자의 정상적인 진료를 모두 유지하면서도 완벽하게 병원 내 코로나-19 확산이 발생하지 않게 차단할 수 있었다.

서울성모병원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은 ▶ 문진표를 사용한 선제적인 환자 분류 ▶ 환자 분류에 따른 이동동선 분리 ▶ 한시적 대체 진료(선별진료소, 안심진료소, 비대면 진료 등) 활성화 및 선별 진료소를 본관과 분리해 설치/개설 ▶ 코로나-19 확진/의심 환자 병동 시설 확충 ▶ 혈액병원 안심진료소 별도 운영 등이다. 특히 병동 시설과 관련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독립된 공조를 가지는 한 층 전체를 비우고, 병동을 세부 분리해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폐렴 또는 역학적 요인이 있는 환자들을 별도 관리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했다.

이 결과 코로나-19 유행시기에도 혈액병원 진료가 정상적으로 시행된 점이 이번 논문에서 주목을 받으며 최종 게재 승인이 되었다. 즉, 이 기간 중 서울성모병원의 원내 코로나-19의 발생이나 확산없이 혈액병원 환자들의 한시적 대체 진료 환자수는 2020년 3월 기준 749건이었으며, 2020년 3월에 신규 환자 수는 다소 감소했으나, 외래 환자수, 재원환자수는 코로나-19 위기 이전과 비슷했고, 조혈모세포이식 건수는 동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어린이날(5일) 인도 뉴델리에서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약 7천km를 날아 한국에 도착한 A(5)양의 사연도 주목된다. A양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되어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무균병동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이는 코로나 시대에도 병원 내 감염을 완벽 차단하는 서울성모병원의 뛰어난 감염관리 시스템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감염내과 조성연 교수(공동 제1저자), 혈액내과 박성수 교수(공동 제1저자), 감염관리실장 이동건 교수(감염내과, 공동 교신저자), 혈액병원장 김동욱 교수(혈액내과, 공동 교신저자) 연구팀은 “전세계적인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각 의료기관에서는 코로나-19의 원내 유입을 막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고, 서울성모병원은 진료를 제한하기 보다는 별도의 혈액병원 안심진료소 운영 등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 대처함으로써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도 혈액질환 환자의 진료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동욱 혈액병원장은 “이번 논문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로 정상적인 진료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전세계 의사와 환자들에게 참고가 되어 중증혈액질환 환자의 진료가 차질없이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영국혈액학회지(British Journal of Haematology / IF 5.206) 온라인판 5월 18일자에 게재됐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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