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따지되 과한 기대는 금물”...생활치료센터서 본 원격의료는?

“실효성 따지되 과한 기대는 금물”...생활치료센터서 본 원격의료는?

원격의료 가능성 확인했지만 개선점 많아...또 다른 감염병 사태선 준비해야

기사승인 2020-05-30 03: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원격의료가 가능하다는 실증은 됐습니다. 이제 실질적인 편익을 따져볼 때 입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 코로나19 사태로 그간 찬반 논란에 그쳤던 원격의료가 재차 부상했다. 이번에는 실효성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을 취하자는 쪽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코로나19 경증 환자 입원시설인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했던 의료진들은 감염 방지를 위한 비대면 진료가 ‘제 몫은 했다'고 평가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들은 하루 두 번 혈압, 맥박, 호흡수, 산소포화도 등 활력징후를 스스로 측정해 의료진에게 보내고, 의료진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와 원격으로 화상 상담을 진행했다.

코로나 사태에서 일반 의료기관에 한시 허용한 전화 상담·처방보다 한 단계 나아간 비대면 진료(원격의료)인 셈이다. 일명 ‘원격의료’가 시범사업 형태가 아닌 형태로 다수의 환자들에 적용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기도 생활치료센터(용인, 안성)을 담당한 분당서울대병원의 백남종 공공의료사업단장(재활의학과 교수)은 "상태가 안정적인 경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대개 기존에 먹던 약 처방과 건강 상태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진료했다"며 “센터에 상주하는 의료진이 일부 있고, 대부분 병원에 있는 의사가 원격으로 센터 환자들을 상담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화상 상담에는 카카오톡 영상통화 기능이 활용됐다. 원격진료나 자가진단에 특화된 디바이스가 아닌 당장 활용 가능한 자원을 임시로 끌어다 쓴 것이다. 

서울대병원의 김민선 공공의료센터 부센터장은 "환자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순 전화 진료보다는 나았다. 카카오톡 화상통화 화질이 꽤 괜찮아서 환자 표정이나 숨 쉬는 것을 보는 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서울대병원은 경상북도 문경의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한 바 있다.

생활치료센터의 비대면 진료에는 일부 한계점도 있었다. 김 교수는 “원격진료에 최적화된 디바이스가 없다보니 호흡수 측정은 쉽지 않았다. 호흡수의 경우 환자가 스스로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대면진료였다면 의료진이 진단하면 되는데, 마땅한 진단기기 없이 원격으로 하려다보니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경우 원격디바이스에 연결된 청진기를 사용하는 반면 우리는 호흡수 측정을 문진으로 대체하거나 일부 환자에게만 몸에 부착하는 디바이스를 달아 측정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추후 감염병으로 생활치료센터를 연다면 이런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보안 및 환자 안전성 문제도 풀어야할 과제로 지목됐다.

백 교수는 “지금 수준의 비대면 진료는 보안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진료셋팅이 환자와 의사 일대일이 아니라 의사가 간호사들과 함께 앉아있는 모습인데, 이는 환자들이 원치 않는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화상진료에서 환자정보보호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책임 범위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피력했다.

비대면 진료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백 교수는 “원격의료에 대한 기대감이 생각보다 과장되어 있는 것 같다. 원격의료는 대면진료를 100% 대체할 수 없고, 도움이 되는 범위가 일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례로 재활의학과 진료실에는 거동이 어려운 환자 대신 대리처방 온 보호자가 환자의 영상을 찍어와 의사에게 보여주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대리처방보다 화상진료가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질적인 편익을 따져 합의점을 찾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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