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물류센터, 낮엔 학교 ‘투잡’…코로나 장기화에 노동자들 신음

밤엔 물류센터, 낮엔 학교 ‘투잡’…코로나 장기화에 노동자들 신음

기사승인 2020-05-30 06:30:00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 “클럽 가서 놀며 거짓말까지 한 사람 때문에 투잡 뛰며 생을 전력 질주하던 사람들이 고꾸라지다니. 세상 너무 잔혹하고 불공평하다”

경제적 취약계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감염 위험 노출, 고용 불안정 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당장 생계가 급한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치다. 이른바 ‘투잡’, ‘쓰리잡’을 뛰는 노동자들은 행동 반경이 넓다 보니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8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천 쿠팡 신선 물류센터 제2공장에 대해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 지사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당수가 투잡, 쓰리잡을 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이자 노동환경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자”라면서 “감염 위험을 무릅쓴 채 노동현장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이 집합 금지로 생계에 타격을 입고 기업 활동에 제약이 생기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27일이다. A씨는 지난달 8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쿠팡 부천 신선물류센터에서 근무했다. 동시에 지난 21~22일 동구 만석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교실 지원 인력으로 단기 시간제 일을 했다. A씨와 접촉한 학생들은 10여명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학교는 같은날 학생들을 모두 귀가 조치했다.

코로나19가 들춘 고단한 ‘투잡러’의 모습은 또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는 사진기사 겸 택시기사로 일하던 가장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지난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0대 가장 B씨가 지난 10일 부천 한 식당에서 열린 돌잔치에서 사진을 찍다 5차 감염이 됐다고 밝혔다. B씨는 평일에는 택시기사로, 주말에는 프리랜서 사진기사로 일했다. 그는 지난 6일 아들과 함께 인천시 미추홀구 탑코인노래방을 찾았다. 이곳에서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코인노래방은 이태원 클럽에 방문한 인천 학원강사의 제자가 방문한 곳이다.

지난 3월1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직원 여성 40대 여성 C씨는 녹즙 배달원이기도 했다. C씨는 새벽 5~6시 사이에 증권사 건물을 방문해 녹즙을 배달했다. 오후에는 파트타임으로 콜센터 업무를 이어갔다.

코로나19로 임시·일용직은 직격탄을 맞았다. 고용노동부가 28일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영업일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국내 사업체 전체 종사자 수는 1822만4000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36만5000명(2.0%) 감소했다. 상용직보다 임시, 일용직이 입은 타격이 더 컸다. 상용직은 작년 동월보다 13만3000명(0.9%) 감소한 데 그쳤지만 임시, 일용직은 14만4000명(7.9%) 급감했고 기타 종사자는 8만7000명(7.5%) 줄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취약 계층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논의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전체 ‘일하는 사람(취업자)’ 중 49.4%만이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코로나 위기는 여전히 취약한 우리의 고용안전망을 더욱 튼튼히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선언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이에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은 지난 18일 보험설계사 △골프장캐디 △학습지교사 △레미콘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등 전속성(업무상 한 사업체에 속한 정도)이 강한 9개 직종 특수고용직 노동자 77만명의 고용보험 가입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너무 좁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박점규 운영위원은 “고용보험 밖의 노동자가 848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 고작 77만명만 가입 추진하면서 어떻게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정부가 추진 의지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해고되고 임금이 줄어드는 건 임시 일용직, 플랫폼 노동자들”이라며 “정부는 재난지원금 덕분에 소비가 살아난다고 홍보했다. 이분들이 실업급여, 휴업수당 받게 되면 경제에 더 좋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운영위원은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를 확대하면 비용이 들겠지만 3차, 4차 추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서 사회가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정부는 마땅히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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