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고 유감>이라는 제목과 함께 이같이 밝혔다.
금 전 의원은 “2006년 검사시절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검찰개혁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검찰총장 경고를 받은 일이 있다. 그 당시 검찰총장께서는 검사가 상부에 보고 없이 개인적 견해를 발표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기자들에게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멋들어진 말이지만 나로서는 전혀 와닿지 않았다. 함께 가거나 멀리 가기는커녕 검찰은 아예 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검찰은 사실상 전혀 스스로 개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후퇴를 거듭해왔다. 지금 외부로부터 개혁을 당하는 것도 결국 그 때문이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14년 만에 이번에는 소속 정당으로부터 비슷한 일로 경고 처분을 받고 보니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이 검찰과 비슷한 일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지만 두 가지를 지적해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금 전 의원은 “우선 첫째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선거법 개정안을 예로 들어본다”며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기 조금 전에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역시 당론이고 역시 패스트트랙을 통해서였다. 연동형비례제도를 내세운 개정안이지만, 실제로는 위성정당을 양산하고 우리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렸다. 정당이란 추구하는 강령을 갖고 사람이 바뀌어도 존속하는 제도가 되어야 하는데 선거 직전에 후보 중심으로 급조되고 선거 후에는 합당으로 소멸하는 그야말로 가짜 정당이 속출했다. 심지어 자기네 정당이 민주당의 적자라며 서로 다투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하기도 했다. 어떤 정치학자도 이번에 개정된 선거법으로 인해서 우리 선거제도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선거제 개혁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고 한발자국이라도 전진하면 좋은 것이지만, 실제로 엄청난 퇴행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론에 따라 선거법 개정안에 찬성한 의원들은 이런 결과에 책임이 없는가. (선거법에는 나도 찬성했으니 마찬가지 책임이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당론에 따라서 투표했는지 여부인가, 혹은 그 투표에 따른 실제 결과인가. 당에서는 전자라고 보는 것 같다. 당론에 따르지 않은 사람은 징계를 하면서, 민주공화국에서 권력기관보다 훨씬 중요한 선거제와 정당제도를 망가뜨린 일에 대해서는 심지어 사과조차 없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 정치는 결과책임을 지는 것이다. 당론에 따른 것이었다고 그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실제로 선거법 투표 당시 이런 결과를 예견한 몇몇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의사표현을 했다. 나는 누구나 틀릴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이 향후 잘못을 교정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법 개정도 좋은 의도를 가지고 추진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했다. 공수처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무슨 근거로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금 전 의원은 “둘째로는 좀 더 근본적으로 정치인이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다. 시민의 대표로서 정치인은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선거 전 소위 ‘인재영입’이 이루어질 때 발표되는 ‘인재’에게 기자들이 예외 없이 던진 질문이 있다. ‘조국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처음 몇 사람들의 대답이 논란을 일으키자 당 지도부에서는 모범답안을 제공했다. 그 다음부터는 ‘정치 경험이 별로 없어서 답변하기 어렵다.’라는 답변이 천편일률적으로 나왔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장 관심이 있는, 가장 핫한 주제에 대해서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없는 사람을 어떻게 시민의 대표로 내세울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느 시대에나 논란이 되는 문제가 생긴다. 정치인들은 그에 대해서 고민해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욕도 먹고 지지를 얻기도 한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가치관과 기준을 정립해 나가게 된다. 자라나는 세대들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이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서 배우게 된다. 다른 의견에 대해, 설령 그것이 잘못된 것일지라도 정치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책임(=징계)을 들이대게 되면 그런 공론 형성의 과정이 사라진다. 그 폐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보수정권 당시에 우리가 가장 비판하던 모습이 이런 공론 형성의 장이 없다는 점이었다. 비판이나 이견이 허용되지 않았다.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도 마찬가지였다. 당론에 위배했다고 비판을 받을 때 가장 억울했던 지적이, ‘토론은 치열하게 하되 결론이 정해지면 따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 문제의 전문가이고, 부족하지만 내 지식과 경험으로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든다는 것을 도저히 찬성하기 어려웠다. 그때 내가 원한 것은 토론이었다. 무조건 내 의견을 수용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공수처 문제를 다루는 사개특위에 들어가고 싶다고 정말 하소연을 했다. 당시 원내 지도부도 결국 내 요청을 받아들여서 제2기 사개특위 위원으로 언론에 발표까지 했었다. 그런데 며칠 후 지도부에서 부르더니 ‘너무나 미안하지만 사개특위에서 빼야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이때 어떤 경위로 이런 번복이 이루어졌는지 전혀 모른다. 그러나 공수처 문제에 제대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토론이 없는 결론에 무조건 따를 수는 없다. 그건 내가 배운 모든 것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금 전 의원은 “아침에 우연히 젊은 정치인의 인터뷰 기사 제목을 봤다. ‘금태섭, 박용진처럼 소신있는 초선이 되겠다.’였다. 과분한 말씀이고 앞으로 잘 하시기를 바란다. 다만 한 가지는 꼭 말씀드리고 싶다. ‘소신있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소신있는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신있는 정치인이 되려면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 용기 있게 자기 생각을 밝히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때로는 수 만통의 문자폭탄을 받기도 하고 한밤중에 욕설 전화를 받기도 한다. 그걸 감수하는 것이 소신이다.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비난했다.
금 전 의원은 “경고를 받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걱정이 되는 것은 내가 아니다. 다만 예전에 검찰개혁에 관한 글을 쓰고 검찰총장의 발언을 들을 때와 똑같은 생각이 들 뿐이다. 우리 정치는 정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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