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어 서서히 시야가 좁아지며 실명에 이르는 실명질환이다. 하지만 아직 완치 방법이 없어 한번 발병하면 남아있는 시야를 보존하고, 실명을 막기 위해 평생 안약을 넣으며 관리해야 한다. 녹내장은 보통 노화와 관련이 있는 질환이어서 젊은 사람들은 방심할 수 있지만, 외상으로 인해 갑자기 안압이 올라가게 되면 녹내장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연령에 관계없이 주의해야 한다.
눈의 외상은 생활하다가 모서리 등에 부딪히거나, 격렬한 스포츠를 즐기다 다치거나, 교통사고 시 에어백이 터지며 충격을 받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꽤 높다. 이러한 외상들로 인해 눈에 충격이 가해져 안압이 올라가면 녹내장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눈에 충격이 가해졌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35세 남자인 김모씨는 배드민턴 경기를 하다 셔틀콕에 눈을 맞은 뒤 시력이 떨어졌다며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눈 앞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겨우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나오지 않았고 안압은 정상(8-21 mmHg)보다 훨씬 높은 30mmHg에 이르렀다. 김씨는 눈의 앞쪽에 출혈이 발생해 있었으며 약물치료를 하여 2개월 뒤에 시력이 호전되었고, 안압도 15mmHg로 정상화되었다. 하지만 전방각에 손상흔적이 관찰되어 녹내장 발생위험이 높다는 것을 설명한 후 정기 경과관찰 중 2년 뒤 다시 안압이 상승하며 녹내장이 발생했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눈 외상에 따른 이차녹내장 환자 수는 1,162명이었다. 특히 남성 환자의 수가 935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한, 연령대별로 볼 때 30세 미만 환자 수는 117명으로 전체 환자 수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었다.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 외상으로 인한 녹내장은 젊은층도 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외상으로 인한 녹내장의 발병기전은 사람마다 다르다. 급성으로 때로는 만성으로, 그리고 개방각녹내장과 폐쇄각녹내장 모두 발병 가능하다. 대개는 외상으로 인한 전방출혈에 의해 방수유출로인 섬유주가 막혀 급성으로 안압이 올라가 녹내장이 발생하지만, 출혈이 흡수된 뒤에도 섬유주 등의 전방각 손상에 의해 방수유출에 장애가 발생하여 만성으로 안압이 서서히 올라가 시신경이 손상되며 녹내장이 발병할 수 있다.
우리 눈에는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수라는 액체가 있는데, 이를 끊임없이 생성하고 전방각에서 섬유주를 통해 배출한다. 그런데 외상으로 인해 출혈이 발생해 방수가 배출되는 통로가 막히면 안압이 상승해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는 안압강하제 치료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특히 외부 충격으로 인해 수정체와 홍채조직이 뒤쪽으로 밀려나며 전방각내 섬유주에 손상이 발생하여 방수유출에 장애가 생기는 전방각후퇴 녹내장이 발병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만성 개방각녹내장에 준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외상에 의한 전방각후퇴 녹내장은 외상 후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난 뒤에도 발생할 수 있고 발생하더라도 만성질환이기에 자각증상이 없으므로 안과검진을 받지 않으면 말기가 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외상으로 인해 잠깐 방수 통로가 막혀 수술 등을 통해 다시 통로를 확보하더라도 이미 녹내장이 발병했다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어 평생에 걸쳐 관리해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상으로 인한 녹내장 역시 다른 녹내장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외상 후 당장은 아니지만 몇 년 이후 녹내장이 발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벼운 외상일지라도 안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유영철 교수는 “녹내장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보존할 수 있는 시야가 넓지만, 방치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라며, “눈에 충격이 가해졌다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반드시 안과에 방문해 녹내장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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