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31년 만에 ‘톈안먼 집회’ 불허…시민들은 4일 오후 8시 전역서 촛불

홍콩, 31년 만에 ‘톈안먼 집회’ 불허…시민들은 4일 오후 8시 전역서 촛불

기사승인 2020-06-04 16:37:47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4일 중국의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1주년을 맞아 홍콩 시민들이 추모의 촛불을 든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며 홍콩에 대한 통제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지만, 홍콩 시민은 저항의 의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톈안먼 시위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유혈 진압한 사건을 이른다.

홍콩에서는 지난 1990년부터 매년 6월4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집회를 개최해왔으며, 1989년 톈안먼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저녁 8시9분에는 일제히 1분 동안 묵념을 올린다.

중국 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집회는 지난해까지 30년 동안 이어졌으며, 지난해에는 18만여명이 모였다.

하지만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올해는 이를 불허했다.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가 불허되기는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추모 집회를 주최하는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온라인 추모 집회를 개최하고, 4일 저녁 8시 홍콩 시내 곳곳에서 촛불을 켜는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미국, 유럽,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동참할 것으로 보이는 온라인 집회의 주제는 ‘진실, 삶, 자유 그리고 저항’이며, ‘#6431Truth’ 해시태그를 사용한다.

지련회는 시내 곳곳에 100개의 부스를 설치하고 10만개의 촛불을 나눠줘 이 운동에 동참을 호소하기로 했다.

반중 성향 신문 빈과일보를 운영하는 지미 라이 등은 경찰의 불허에도 빅토리아 공원에서 촛불 집회를 하자는 주장을 펴 상당수 시민이 빅토리아 공원에 모일 가능성이 있다. 1만여명이 모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련회 회원들도 홍콩 정부가 금지한 ‘8인 초과 모임’을 피해 8명 이하의 무리로 모여 빅토리아 공원에서 촛불을 들기로 했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자 무리 간 1.5m 간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련회 리척얀 주석은 “30년 동안 이어져 온 추모 집회를 코로나19를 핑계로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탄압”이라며 “홍콩인의 저항 의지가 이어지는 한 추모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톈안먼 시위 추모 집회 개최에 대비해 홍콩섬 2000여명과 시위가 잦은 지역인 몽콕 등에 1000여명 등 3000여명의 경찰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또 홍콩정부청사와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웨스트카오룽 지역에는 각각 물대포 1대씩을 배치했다. 

홍콩 경찰 관계자는 “8명 이하 무리를 지어서 모이더라도 동일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모인다면 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위반하는 개인에는 2000 홍콩달러(약 31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며, 집회 주최자 등에는 최대 6개월 징역형과 2만5000 홍콩달러(약 390만원) 벌금이 부과된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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