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쉼터 소장 극단적 선택…檢 정의연 수사에 제동 걸리나

마포 쉼터 소장 극단적 선택…檢 정의연 수사에 제동 걸리나

기사승인 2020-06-08 16:43:55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서울 마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의연 회계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의 향후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주 경찰서는 8일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1차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외력으로 인한 사망으로 의심할 만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부검과 별개로 손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 등도 진행해 사망 경위도 조사할 방침이다.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과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윤 의원은 7일 손씨의 사망 소식에 상복 차림으로 평화의 우리집을 찾았다. 그는 손으로 입을 막고 흐느끼며 쉼터 관계자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자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를 세워놓고 생중계하면서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인 것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했다”고 분노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역시 검찰의 압수수색이 고인을 힘들게 했다고 언급했다. 이 이사장은 같은날 발표한 부고 성명을 통해 “고인은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면서 “특히 검찰의 급작스런 평화의 집 압수수색 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고 발언했다.

경찰은 지난 6일 오후 10시35분 손씨의 전 직장동료로부터 "손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파주시 파주읍 자택에서 숨져 있는 손씨를 발견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손씨는 주변에 검찰 압수수색 등으로 “힘들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지난 2017년 고(故) 이순덕 할머니 별세 당시 개인계좌로 위안부 피해자 조의금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정의연 측이 검찰을 겨냥하자 검찰은 전날 여러 차례 입장문을 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정의연 기부금 유용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손씨 사망에 애도를 표하면서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또 수사를 의식한 듯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냈다. 

그간 속도를 내온 검찰 수사에는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과 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했다. 또 회계 담당자를 4차례 소환하는 등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26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나서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 사건”이라며 신속한 수사를 강조했다. 또 숨진 손씨는 지난 2004년부터 평화의 우리집 관리를 도맡아 온 주요 참고인으로 꼽힌 만큼 윤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더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연은 그간 검찰 수사에 충실히 응하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정의연과 검찰은 마포 쉼터 압수수색으로 이미 한차례 갈등을 표출했다. 정의연은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내 “(정의연 측) 변호인들은 길원옥 할머니께서 생활하시는 마포 쉼터에 있는 자료에 대해 임의제출하기로 검찰과 합의했다”면서 “(압수수색은)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인권침해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5일 “임의제출을 권유했으나 정의연 측 변호인이 거부해 부득이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면서 즉각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도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문제 삼는 정의연 측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나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고인을 조사한 적 없다고 변명할 게 아니라 평생을 바쳐온 인권 운동이 처참하게 갈기갈기 분해 당해 결국 죽음을 택한 고인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헤아려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자신의 SNS에 “검찰은 수사(를 하지도 않았고) 부르지도 않았다고 첫 반응을 나타냈지만, 이 죽음 앞에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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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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