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쿠키뉴스] 권기웅 기자 = "사람도 아픈 사람을 먼저 치료하는 법 아닙니까?"
안동시 남후면 검암리에서 지난 4월 산불 피해를 입은 권 모(71) 씨는 직접적인 피해도 입지 않은 이웃집 뒤 옹벽공사를 지켜보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권 씨는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남기는 등 1944㏊의 산림과 축사를 집어삼킨 산불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피해복구는 더디기만 하다. 축사 지붕은 절반이 뜯어져 있고 임시로 마련한 거쳐 역시 불에 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러한 가운데 산불로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바로 옆집에는 옹벽공사가 마무리됐다. 산불피해지와 연접한 대규모축사 배후사면으로 집중호우 시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지켜본 마을 이장은 옹벽공사를 위해 찾아온 산림 관련 공무원에게 "산불로 정작 피해 본 집은 그냥 두고 별다른 피해도 입지 않은 집은 뒷마당까지 넓혀가며 옹벽공사를 진행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항의했다.
지역 면장 역시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며 "추가 예산을 세워서라도 피해복구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강조했다.
권 씨는 "공무원이 하는 일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곳은 방치해 놓고 앞으로 산사태 등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옹벽공사를 진행하는 걸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라며 "옹벽공사를 한 집이 안동시의원과 친인척 관계라서 그런 건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산림청에서 조사해 내려온 결과를 토대로 사업을 진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4월 26일 발생한 안동 산불은 축구장 2700여 개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안동시는 최근 총 1억5000만 원의 예산으로 산불 피해 지역 인근 민가에 옹벽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권 씨 이웃집인 남후면 검암리 9000만 원, 단호리 피해가구 1곳 6000만 원 등이다.
경북도는 안동 산불 피해복구를 위해 올해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총 490억 원(국비 337억 원, 지방비 153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6월 말까지 2억 원을 투입해 낙석방지와 옹벽 보강 등 여름 집중호우 등에 대비한 긴급조치 작업을 진행하고 긴급 벌채(360ha, 171억 원)와 산사태 예방(사방댐 3개소, 계류보전 1km) 등은 오는 9월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이와 함께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305억 원을 투입해 재해 예방 등을 위한 조림사업(1840ha, 276억 원)과 사방사업(사방댐 10개소, 계류보전 2km, 29억 원)을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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