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 = 게임 플랫폼이 확대되면서 수많은 타이틀이 출시되고 있다. 유저들은 쏟아지는 게임들을 일일이 즐겨볼 수 없어 온라인 등에서 타인의 게임 플레이 리뷰 등에 의존해 즐길 타이틀을 고르기도 한다.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의 게임‧e스포츠 담당 기자들은 고유의 매력을 갖춘 게임들을 찾아보고 이를 함께 체험, 그 첫인상과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보다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자 각자 다른 연령과 게임 취향의 아래 기자들이 참여했다.
문대찬 기자 = 30세. ‘리그 오브 레전드(LoL)’ 4년, ‘배틀그라운드’ 2년 플레이. ‘페이데이2’ 등 협동 게임 선호. 과거 ‘마구마구’ 등 오랜 기간 캐주얼 게임 플레이.
김찬홍 기자 = 26세. LoL, 오버워치, FIFA 주로 플레이. 가벼운 게임과 e스포츠 등 관전을 즐김. 모바일 게임보다 PC 온라인 게임을 선호.
강한결 기자 = 28세. 콘솔게임 선호. 스토리가 탄탄한 게임을 즐김. 포켓몬스터 1세대부터 8세대까지 모두 플레이. LoL도 자주 플레이. 최근엔 '전략적 팀전투(TFT)'도 자주 플레이.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바람의 나라' 유저라면 모를 수 없는 대사를 초보자 사냥터의 NPC가 외친다. 아, 그래. 이게 '바람' 감성이지.
국내 최장수 온라인 게임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서비스중인 MMORPG '바람의 나라'가 모바일로 돌아왔다. 지난 15일 정식 출시 당일 '연서버'에는 대기유저만 5만여 명 가까이 몰리며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최근 뉴트로(New+Retro) 문화가 확산된 이후 과거 게임사의 황금기를 이끈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리메이크작이 지속적해서 출시되고 있다. '바람의 나라: 연'은 이 분야의 끝판왕이다. 그래픽도 과거 도트감성을 그대로 재현했다. 쿠키뉴스의 게임&스포츠팀 기자들이 '바람의 나라: 연'을 직접 플레이해 봤다.
▶ '응답하라 2000년대…옛날 감성 완벽재현한 '바람:연'의 첫인상은?
강한결: 난 정말 과장 없이 시작도 전에 가슴이 찡해졌다. 우선 2000년대 초반 넥슨에서 볼 수 있던 인트로, 점프하는 소녀가 나오는 그 장면을 다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우스갯소리로 그시절이 넥슨의 근본이었다고 하는 유저도 많다. 그리고는 '바람의나라' BGM이 나오는데 정말로 감동했다. 벅찬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했다. 세상에, 그런데 세상에 그래픽도 옛날 그대로인 거다. 진짜 최근 접한 게임 가운데 첫인상이 가장 완벽한 작품이었다.
통상적으로 모바일 MMORPG 흥행 여부는 30분 플레이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다. '바람의 나라: 연'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 게임이 확실한 타깃층을 설정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최근의 그래픽이 아닌 예전 바람의 나라의 도트 그래픽을 그래서 가져왔다. 바람의 나라를 즐겁게 했던 유저라면 옛 추억을 되살려줄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만족하는 사람이다.
문대찬: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로그인 화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웅장해졌다. 나는 변했는데 바람은 그대로더라. 낯익은 서버 이름. 낯익은 NPC와 낯익은 효과음. 가까웠던 동네 친구를 정말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었다.
이 게임은 아날로그 감성에 가깝다. 그런데 내가 최근 만나 본 그 어떤 모바일 MMORPG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오히려 더 낫다. 퀘스트 몰입도도 높은 편이다. 최근 모바일 MMOPRG들이 특색 없는 퀘스트로 무한 반복 사냥만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람:연'은 무사 훈련, 쥐굴 전염병 퇴치 등 자연스러운 스토리로 재미를 더한다. 다양하고 개성있는 NPC들도 매력적이다. 아. 그리고 채팅으로 "도토리 다 판다"하니까 여전히 팔리더라. 옛날 생각나서 기분 좋았다.
김찬홍: 역시 우리가 동시대 사람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것이 다 비슷한 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바람의 나라: 연'을 처음 마주했을 때 인기 서버들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옛날에 하던 '바람의 나라'를 다시 모바일에서 마주하게 돼서 정말 반가운 느낌? 옛 향수도 느낄 수 있었지만, 게임 자체가 생각보다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 자동사냥마저 매력적?… 단점이 없다!
강한결: 그동안 우리가 '쿡기자'를 통해 모바일 MMORPG를 이야기할 때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바로 자동사냥이었다. 근데 '바람:연'은 좀 다르다. 아이러니하게도 레트로 디자인이 자동전투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줬다. 옛날에 PC로 게임을 할 때 어렵게 매크로 구해서 하던 느낌이 들어 추억이 든다.
문대찬: 격하게 동의한다. 자동사냥마저 재미있는 게임은 처음 봤다. 이런 게 추억 보정인 건가(웃음). 추억보정을 빼도 '바람:연'은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 같다. 앞서 말했듯이 일단 퀘스트가 재밌다. 나도 모르게 NPC들의 요구 사항을 천천히 읽게 되더라. 부담이 덜한 카툰 렌더링, 도트 그래픽도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람의 나라 특유의 ‘목도’ 타격감도 여전히 살아있더라.
여기에 어디 고구려-부여 시대를 다룬 게임이 많던가. 세계관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번 기회로 기존에 바람의 나라를 몰랐던 어린 친구들의 유입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내성 풍경, 건물 내부 인테리어, 토끼와 다람쥐와 같은 몬스터 등 변한 게 없다. 사냥은 제쳐두고 잠깐 국내성을 유유자적 걸어봤는데 마음이 치유되더라.
김찬홍: 캐릭터의 특성이나 스킬에 따라 다르겠지만, 타격감이나 조작감은 크게 모바일에 잘 맞춰진 것 같다. 거부감은 들지 않았고, 자동 사냥도 2D 모델링 게임에서 하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특히나 스토리도 기존의 게임과 유사해 PC 게임을 그대로 모바일에 잘 이식했다는 생각이다.
최근 모바일 게임들을 보면, PC급의 그래픽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게임 내에서 잡다한 렉이나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바람의 나라는 도트 픽셀로 옛날의 향수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바람의 나라가 도트가 아닌 일반적인 3D 모델링을 사용한다고 했으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지 않았을까? 나는 오히려 바람의 나라가 모바일 시장의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블루 오션을 잘 공략했다는 생각이다.
강한결: 찬홍 기자 의견에 동의한다. '바람의 나라'는 벌써 나온 지 20년이 넘은 게임이다. 10대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있던 게임이라는 말인데, 이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바람:연'의 유저층은 20대 후반 일부와 3040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디자인을 새로 뜯어고쳤다면 이들에게 실망감을 전하지 않았을까.
▶ UI, 친절하다 vs 정돈 안 됐다… 당신의 선택은?
김찬홍: 혹시 정식 서비스 전에 언박싱 영상 본 적 있나. 영상에서 UI(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너무 복잡한 느낌이 든다. 세로로 했을 때는 특히 터치가 하기 힘들 정도로 UI가 모여있다는 느낌. 다만, 가로로 플레이를 하면 이런 점이 다소 해소된다. 그래도 가로세로 지원은 잘했다는 생각이다.
문대찬: 이건 갤럭시 폴드 등 특정 모바일폰 사용자들이 체감 가능한 부분 같다. 나는 갤럭시10e를 사용 중인데, 굳이 세로로 게임을 플레이할 일은 없더라.
강한결: 나는 주 타깃 유저를 생각한다면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보통 UI의 경우 간략하게 하거나, '네가 필요한 게 뭔지 몰라 다 준비했어'라는 형식을 등 둘중하나를 쓰는 경우가 많다. '바람:연'은 후자에 더욱더 가깝다. 보통 어린 유저를 타깃으로 삼는 게임은 UI를 간략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바람:연'은 상대적으로 유저의 연령대가 높기에 깔끔하진 않아도 여러 가지를 세세하게 꺼내놓은 느낌이랄까.
▶ 갓겜은 맞는데… '착한 과금'은 글쎄?
문대찬: 다들 직업은 어떻게 선택하셨는지. 나는 이번에 전사를 키우고 있다. 사실 ‘몸빵’하는 캐릭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PC버전을 할 당시에도 도적으로 활동했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단순하게 싸우는 게 좋더라. 이번에야말로 그 유명한 ‘건곤대나이’를 시전하면서 사냥터를 휩쓸고 싶다.
김찬홍: 난 이번에 도적을 골랐다. 뭔가 제일 멋이 나니깐. 그리고 스킬도 생각보다 상당히 잘 갖춰져 있어서 마음에 든다.
강한결: 무과금으로 하기 좋을 것 같아서 도사를 골랐다. 파티플레이 시에 중요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골랐다. 돈 없으면 힐러가 국룰 아닌가(웃음).
문대찬: 과금 얘기가 나와서 잠깐 짚고 가긴해야 할 것 같다. 아직 과금 요소가 필요한 지점까지 레벨을 올리지 못해 자세하게는 말을 하긴 힘들지만 출시 첫날부터 게임 관련 크리에이터들이 수백만원을 들여 보물 등급의 환수를 뽑더라. 무과금과는 거리가 먼 모습 같다. 게임 콘텐츠도 ‘요일 던전’, ‘심연의 탑’ 등 과금 중심의 모바일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지켜봐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찬홍: 과금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충분히 이를 대체하고 남을 정도로 아이템 드랍률도 높은 편이다. 무조건 퀘스트만 깨는 것이 아닌, 사냥도 신경을 쓴다면 충분히 유저가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강한결: 사실 과금 요소가 짙은 게임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대찬 기자 말대로 '바람:연'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같은 착한 과금 기조의 게임은 아닌 것 같다. 이 부분은 MMORPG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찬홍 기자 말대로 충분히 무과금으로도 커버 가능한 부분일 것 같다.
▶ 첫날부터 5만 대기열… 갓겜 '바람의 나라: 연'의 옥의 티?
강한결: 사실 '바람의 나라: 연'은 우리가 '쿡기자가 해봤다'로 다뤄본 게임 중에 역대급으로 호평일색인 작품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서버 대기열 문제는 꼭 해결을 해야 하는 점으로 본다. 연서버에서 아이디를 만들지 못해 무휼서버로 이동했다. 그런데 무휼서버도 안 열리더라. 결국 신설된 호동섭에서 아이디를 만들었다. 또한번 튜토리얼을 해서 좀 지루했다. 서버 대기열이 빨리 해결되야하지 않을까.
문대찬: 그 문제에 관해서 나는 '그 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무휼, 유리 등 특정 서버에 인원이 많이 몰리던데 기존 서버에 대한 애정들도 여전하신 것 같더라. 다른 두 기자들에 비해 내가 레벨이 많이 낮은데, 무휼 서버를 고집한 탓이다(웃음). 출시 직후라 더 심한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 같다.
아쉬웠던 부분은 조작감? 방향키 조작이 힘들었고 스킬 사용 등이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자동 이동, 자동 사냥 등을 싫어하는 편인데 ‘바람:연’에선 불가피하게 이용하게 되더라.
김찬홍: 대기열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만에 유저가 100만명이나 돌파했다. 정말 예전 PC버전은 20레벨이 되면 유료로 전환 돼 게임을 못 할 때도 있었다. 어릴 때의 슬픔을 모바일에서라도 이제는 날릴 수 있어 더 찾아오는 것도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메인 퀘스트를 처리하는 데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메인 퀘스트 외에도 부가적인 퀘스트가 너무 적은 게 아쉬울 따름. 또한 게임 내 속도감이 PC보다 더욱 현저하게 느껴진다. 물론 예전 게임인 만큼 속도감이 빠를 수는 없겠지만 좀 연은 많이 느리다고 생각이 든다.
▶ 양산형 MMORPG와는 분명히 다른 '바람의나라: 연'
문대찬: 먼저 말하자면 난 MMORPG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도 '바람:연'은 정말 재미있긴 하다. 당분간은 계속 플레이할 것 같다. 그런데 내 게임 성향이 RPG 특유의 반복 사냥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김찬홍: 나도 어느 정도는 계속할 것 같다. 다만 꾸준한 업데이트는 필요로 해 보인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을 보면 빠르게 업데이트 및 서버 증축도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내가 ‘하자’ 서버에서 하는데도 렉이 있더라. 놀랍다. 최근 많은 게임이 나와서 하나씩 하고 있는데 '바람:연' 역시 계속 지속적으로 할 것 같다.
강한결: 보통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 MMORPG는 짧으면 2시간, 길면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하지만 '바람:연'은 재미라는 단순한 측면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물론 내가 바람의 나라가 그리웠던 건지 그시절의 내가 그리웠던 건지는 모르지만 분명 정감이 가는 건 사실. 최소 이 주일은 진득히 플레이할 것 같다.
▶'카러플'에 이은 연타석 홈런…'바람의 나라: 연' 흥행 쌍끌이 할까
문대찬: 그렇다면 넥슨의 또 하나의 히트작 '카러플' 관련 얘기를 잠깐 해보자. '바람:연'이 넥슨의 또 하나의 캐시카우가 될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많은데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최근 넥슨은 다른 게임회사에 비해 탁월한 IP활용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 시절 넥슨은 우리들의 전부였다. 바람의 나라를 비롯해 '어둠의 전설', '아스가르드', '테일즈위버',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 내가 학창시절 플레이 한 게임들은 전부 넥슨의 IP였다. 당시 게임들이 모바일 환경으로 이식, 휴대성마저 갖춰 리메이크된다고 하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카러플’과 흥행 쌍끌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수익적인 부분에선 카러플을 앞설지도 모르겠다.
김찬홍: 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카러플도 그렇고 바람의 나라도 그렇고 기존의 IP를 활용하지만, 모바일 유저들에 맞춰 기존과는 약간 다른 느낌을 줬다. 이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또한 넥슨의 파워는 말했다시피 유저층 공략이 한 몫을 했다 싶다. 과거 전성기였던 2000년대 중반의 게임 대다수는 넥슨에서 시작했다. 이때 게임을 하던 유저들은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를 바라보는 나이다. 소비력이 있는 유저들이 게임을 다시 하게 된 것이다.
강한결: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넥슨 IP의 힘은 꾸준한 업데이트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사실 '돈슨'이라는 비판이 여전히 일각에서는 있지만, 난 솔직히 넥슨만큼 게임잘만드는 국내 게임사가 있을까 싶다.
메이플', '바람', '카트', '테일즈위버' 등등. 솔직히 지금 모든 2030들의 초등학교 시절 친구였지 않았나. 단순히 옛날게임을 살린다고 IP의 힘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유저의 추억을, 그 시절의 그리움을 자극해야 IP 재활용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바람:연'은 해야 할 포인트를 정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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