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다며 부동산법 강행, 성과는 차기정권?

급하다며 부동산법 강행, 성과는 차기정권?

이해찬, “지금 부동산 상황에서는 신속한 입법이 중요하다” 
vs 김종민, “시장 당장 바뀔 것이라 생각하면 다 실패한다”

기사승인 2020-07-30 05:00:11
2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위원장을 앞에 두고 김도흡 미래통합당 간사와 백해련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입대차3법의 의결을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패닉바잉(panic buying)’으로 대변되는 현 부동산 시장의 불안과 공포, 불만을 잠재우겠다며 정부가 22번째로 손 댄 부동산 정책의 지원입법 11개안을 미래통합당의 강한 반발에 이은 퇴장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이틀 만에 통과시켰다.

이해찬 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드시’라는 수식어까지 달며 단 5일을 남겨둔 7월 임시국회 내 처리하라던 주문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일명 ‘임대차3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해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마지막 조각까지 맞췄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28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을 포함해 이른바 ‘부동산 3법(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전월세신고제를 위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과 수도권 공급확대를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등 7개 부동산 관련 법안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방세법 개정안’을 각각 의결해 놓은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해당 상임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하나 같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법안의 완성도나 부작용에 대한 고민보다 ‘속도’에 방점을 찍는 모습들을 연출했다. 실제 법안들에 대한 상임위 소속 전문위원들의 검토내용에서 지적된 우려나 문제들도 크게 논의되지 않은 채 대부분 원안대로 가결했다.

더구나 민주당 의원들조차 일련의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좌)가 7월 임시국회 내 부동산 정책 보완입법을 마무리하라고 주문했고,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도 호응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2014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한 이른바 부동산3법이 아파트 주택시장 폭등의 원인이었다. 여기에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12.16 부동산 대책의 후속입법이 통과되지 못한 후유증이 지금의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으며 새누리당 시절 정책실패를 문제 삼았다.

김두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수도권 집값은 박근혜 정부 후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그 원인은 2014년 말 새누리당이 주도해서 통과시킨 부동산3법, 이른바 ‘강남특혜 3법’”이라며 “집값 폭등의 주범은 미래통합당, 시세차익의 수혜자는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라고 보다 직접적으로 통합당의 탓을 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종민 의원도 “노무현 정부시절 종부세,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로 대변되는 금융·세제·공급 3가지 정책으로 부동산 폭등을 철저히 막았고, 그 효과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법사위에 출석한 정책입안자들을 향해 “시장이 당장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면 다 실패한다”고 했다. 나아가 5년 담임제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개정하거나 5년 담임제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 정부정책의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당부까지 남겼다.

미래통합당의 강한 반발에 이은 퇴장에도 2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그대로 진행됐고, 임대차3법을 통과시켰다. 김종민 의원(가운데)은 의결을 마친 후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즉, 강력한 규제정책 등을 통해 시장기능을 마비시키지 않는 차원에서의 정책적 보완이나 개선으로는 급격한 시장의 변화를 기대해선 안 되며, 지금까지의 정책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변화시켜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역으로 부동산3법 등 지금의 정책적 보완에 따른 효과도 차기 혹은 차차기 정권에서나 기대할 수 있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한 야권 인사는 “민주당 의원들도 부동산 정책으로 당장 집값 상승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전문가들, 서민들이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호소하는 말들도 듣지 않고 우리 사회를 하나의 실험장으로 삼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데 급한 티만 내며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통합당 윤한홍 의원도 “임대차3법, 서민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못할 것 없다. 밀어붙여 좋은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하지만 22번의 부동산 대책 내는 동안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기만 했지 않냐. (민주당) 생각대로 효과가 안 나올까 두렵다”면서 “반대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서 대책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호소했다.

나아가 ‘임대차3법’ 중 하나로 전날(28일) 국토위에서 통과된 ‘전월세신고제’의 시행일시가 내년(2021년) 6월 1일인 점을 지적하며 “아직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내년 6월이 돼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여러분(정부여당)이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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