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4차 추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길어진 장마에 집중홍수로 피해가 늘어나고, 태풍이나 추가적인 수해 등의 여파도 고려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다.
4차 추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야권을 중심으로 먼저 이뤄졌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5일 경기도 이천과 충청북도 충주·단양 등 수해현장을 찾은 후 재난지역선포와 함께 필요에 따라 4차 추경 편성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홍수피해를 어떻게 하면 이른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검토하고 복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한데 이어, 6일 “수해가 너무 극심해 재난지역이 많이 발생하는데 예산이 없다면 추경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해복구 예산과 예비비를 활용하고,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본예산 세출 항목 변경을 포함한 재해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신속한 응급복구와 지원, 그리고 항구적인 시설 보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한 해 3번이라는 이례적인 추경을 했지만, 재해 추경은 성격이 다르다”며 “태풍 루사, 태풍 매미 때도 편성된 사례가 있다”고 정부의 추경편성을 독려했다. 다만 “재난 추경이 편성된다면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불 끄러 다니는 일자리나 장마철에 산불 감시하는 황당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이재민 지원과 피해시설 복구에 한정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응답하듯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당초 부정적인 입장에서 다소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앞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6일 “현재 피해 규모를 모르기 때문에 추경이 필요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비가 그치고 규모가 확인되면 판단할 문제”라며 “추경 여부는 피해 규모를 보고 생각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수혜로 인한 재산 및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재난복구 등을 위한 예비비의 부족 문제가 거론됨에 따라 재난지역선포와 함께 4차 추경 편성여부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윤정 대변인은 이날 이해찬 대표 등과 함께 안성시 수해현장을 다녀온 후 기자와 만나 4차 추경 편성여부와 관련 “현재 홍수피해 등으로 기반시설이 무너지는 등 비 피해가 광범위해 지역에 국한된 재난지역선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며 “실무차원에서 당정이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정부에서는 본 예산을 편성하는 시기이기에 4차 추경을 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재난지역선포에 해당하는 예산으로만 가능하다면 굳이 할 필요까진 없을 것”이라면서도 “피해 범위가 굉장히 넓어 예비비만으로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토시한에 대해서는 “재난지역선포도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이번 주말까지는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규모나 내용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가 피해복구 등에 쓸 수 있는 예비비는 본예산에 편성한 목적예비비 2조원과 일반예비비 1조4000억원, 3차례에 걸친 추경에 따라 확보한 2조5500억원 총 5조9500억원 가량이다. 그러나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4조원가량의 예비비를 이미 집행한 것으로 알려져 남은 예비비는 2조원이 채 안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고 4차 추경을 편성해도 문제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4차 추경을 편성하는데 따른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 속에서 편성된 2020년 전체예산은 3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59조2000억원을 포함해 총 571조5000억원에 달한다. 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에 4차 추경을 더할 경우 58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더구나 포항지진 사내나 강원도 산불 피해 등의 복구지원이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고 있어 예비비만으로 이번 수해에 앞서 발생한 피해복구를 모두 충당하기는 어려운데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지원해야할지를 구분하는 순간 형평성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 이에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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