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나팔꽃과 메꽃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나팔꽃과 메꽃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0-08-21 17:14:02
▲박용준 원장
음력 칠월칠석 즈음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쪽에 견우성이, 서쪽에는 직녀성이 자리한다. 여기에서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의 설화가 유래하였다. 5세기 초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덕흥리 고분에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와 직녀가 이별하는 모습이 그려진 벽화를 보면, 우리나라에도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칠월칠석 이날은 은하수 동쪽의 견우와 서쪽의 직녀가 까마귀와 까치가 놓은 오작교(烏鵲橋)에서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이라고 전하여진다. 중국에서는 이날을 정인절(情人節), 즉 ‘연인의 날’이라 하여 서로에게 선물을 건네거나 데이트를 하는 등 연인과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설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하늘나라의 목동 견우(牽牛)의 이름을 딴 식물이 있는데 바로 나팔꽃이다, 나팔꽃의 씨를 한의학에서는 견우자(牽牛子)라고 한다. 견우자(牽牛子)는 메꽃과의 일년생 덩굴풀인 나팔꽃이 여문 씨다. 흑축(黑丑)이라고도 부른다. 늦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여문 씨를 받아서 햇볕에 말려서 쓴다. 맛이 쓰고, 성질이 차다. 약간의 독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하여야 한다. 

견우자는 정체된 기(氣)를 내리고 습열(濕熱)을 사(瀉)하는 축수소종(逐水消腫) 작용이 강하다. 풍독(風毒)을 없애며,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여, 비정상적인 체내 노폐물들을 밀어내는 작용이 강하다. 간경화, 비장종대 등의 원인으로 인한 복수(腹水)와 부종(浮腫)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를 발휘한다. 

逐水消腫- 水腫腹水, 脚氣腫脹 消積通便 - 飮食停滯, 大便秘結
主治 腎炎水腫, 肝硬化腹水, 便秘,

▲왼쪽부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팔꽃 / 다양한 색의 나팔꽃들 / 토종 메꽃

메꽃은 나팔꽃과 닮은 사촌지간의 식물이다. 나팔꽃이 외래 귀화종인데 비해 메꽃은 우리나라의 자생식물 중 하나로, 중국과 일본 등지에도 분포한다. 6~8월에 엷은 홍색의 꽃이 피고 뿌리줄기와 어린잎은 식용한다. 고구마도 메꽃과로서 메꽃의 뿌리줄기는 고구마처럼 영양분을 풍부히 저장하고 있지만 일년생 풀인 나팔꽃은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약간의 유독 성분을 지니고 있으니 이 차이에 주의해야 한다. 

메꽃은 영어로 덩굴식물을 뜻하는 단어인 Bindweed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국립수목원에서 발간한 <한반도 자생식물 영어이름 목록집>에는 Hairy-false morning glory라고 기재되어 있다. 나팔꽃의 영어명인 morning glory와 이름도 비슷하다. 

메꽃과 나팔꽃의 차이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토종인 메꽃은 겨우내 땅속에서 뿌리로 월동하는 여러 해 살이 풀 인데 비해 외래종인 나팔꽃은 한 해 살이 풀이다. 메꽃은 본잎을 내기 전 먼저 덩굴을 뻗는데 나팔꽃은 본잎이 나오고 덩굴을 뻗는다. 메꽃의 잎은 길쭉한 모양인 반면에 나팔꽃은 하트 모양의 넓은 잎 모양이다. 꽃으로도 쉽게 구별이 가능한데, 메꽃은 엷은 홍색 계통이지만 나팔꽃은 보라색부터 하얀색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꽃 색을 지닌다. 새벽에 피기 시작해서 오후가 되면 시드는 나팔꽃과는 달리 메꽃은 오후에 꽃을 피우는 차이가 있다. 

철쭉과 진달래처럼 비슷한 듯 차이가 나는 식물들인 나팔꽃과 메꽃의 차이를 찬찬히 찾아 확인해보며 여름날의 들판 주변을 산책해보면 어떨까. 참고로 올해 칠월칠석은 8월 25일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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